매일신문

'욕을 먹더라도 法治'라야

청와대가 과거 민주화운동 참여인사들중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공기업.정부 산하단체 임원자리나 부대시설 운영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쥐죽은듯 조용히 있던 정찬용 인사보좌관의 모처럼 발언이 참 인간적이다.

당연히, 잘 해주겠다는데 그리고 베풀자는데 딴죽 걸 이유는 없다.

다만 '민주화 보상법'에 따른 명예회복 및 보상이 진행형인 상황에서 별도의 '보훈적 배려'를 해주자면 이 역시 법과 형평에 바탕해서 이뤄져야 함을 지적코자 한다.

그렇지 못하면 수혜를 받는 자와 주는 자, 받은 자와 못받은 자의 갈등만 긁어 부스럼 낼 공산이 크다.

정찬용 보좌관은 어제 "…YS.DJ 정부의 보상이 충분치 못해 생계가 어려운 분들의 이력서가 300여개나 나에게 쌓여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욕을 먹더라도 배려해 줄 생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적이고 감상적인 생각을 가진 청와대 인사보좌관에게 세가지만 얘기하고 싶다.

첫째, 청와대나 정부가 하는 모든 조치들은 '법치(法治)'여야 한다.

나라 돈이 개인 돈이 아니듯이 정 보좌관이 말하는 취업자리는 사기업이 아닌 명백한 공기업이다.

경우에 따라선 '특혜시비' 거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욕을 먹더라도 배려"가 아니라 "욕을 먹더라도 법치"여야 하는 것이다.

둘째, 형평성의 문제다.

나라 위해 죽고 다친 사람들 중 제대로 혜택받지 못하거나 억울해 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어디 민주화 인사들 뿐이랴. 당장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북파공작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문제는 그 특별법제정 요구조차 실현되지 못했다.

정 보좌관이 받아놓은 이력서를 해결하는 동안 또 책상위에 수북 수북 쌓이면 어찌할 건가?

셋째, 이 또한 공기업.산하단체의 '전문성'을 도외시한 경솔함이 아니냐는 것이다.

노대통령 취임 초기, 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수백명 정당인사의 공기업 취업얘기를 꺼냈다가 여론의 비난을 산 사실을 벌써 까먹었단 것인가. 이건 '개혁'에 대한 U턴이기도 하다.

잘 해주고 욕먹는 경우-그것은 법치(法治)가 아닌 인치(人治)의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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