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03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200명의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키로 했다.
선수단에는 임원과 심판진이 포함돼 순수 참가 선수는 100명을 조금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6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실무회담에서 북한은 U대회 13개 종목 가운데 축구(여자)와 배구(남자), 테니스, 육상, 다이빙, 체조, 유도, 양궁, 펜싱 등 9개종목에 출전하고 참가 선수단 명단은 오는 21일까지 대구 U조직위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선수단의 명단이 확정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북한의 전력을 알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 대구 U대회에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종목에 선수들을 파견키로 한 만큼 2001년 중국 베이징대회와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성적 부진으로 손상당한 '스포츠 강국'의 명예를 만회하려는 태세다.
북한은 냉전시대 동독이 스포츠에서 서독을 제압했듯이 우리나라에 결코 뒤지지 않는 스포츠 강국이었다.
군인과 대학생 중심으로 짜여진 선수들은 스포츠 집단시설에서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훈련을 받았다.
게다가 사회주의 체제가 자랑하는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북한은 탁구와 사격 등 몇몇 종목에서 세계를 제패했다.
그러나 경제 실패와 고립 정책 등으로 국제 대회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북한의 스포츠는 양.질적인 측면에서 모두 퇴보를 거듭했다.
U대회 성적에서 볼 때 북한은 91년 영국 셰필드대회에서 역대 최고인 4위(금 11, 은 3, 동메달 5개)를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7위(금 5, 은 1, 동메달 3개)에 머물렀다.
85년 일본 고베대회에서도 북한은 9위(금 3, 은 3, 동메달 2개)로 한국(12위.금 3, 동메달 5개)을 앞섰다.
87년 유고 자그레브대회에서는 21위를 차지한 한국에 이어 22위를 마크했다.
북한은 그러나 세필드대회 이후 10년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2001년 베이징대회에서 U대회 사상 최대 규모인 115명의 선수단을 파견했지만 성적은 21위(금 1, 은 1, 동메달 7개)에 머물러 한국(10위.금 3, 은10, 동메달 14개)에 비해 신통치 않았다.
당시 북한은 대회에 임박해서야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2000년 호주 시드니올림픽 참가 후 2001년 열린 폴란드 자코파네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와 일본 오사카 동아시아경기대회 등에 잇따라 불참했던 북한은 중국과의 외교 관계가 크게 작용하면서 많은 선수들을 파견하게 됐다.
북한의 참가 종목은 체조, 유도, 여자축구, 탁구, 육상, 다이빙 등 6개. 이 가운데 체조, 유도, 테니스, 다이빙 등 4개 종목에서 1개 이상의 메달을 획득했다.
체조 여자 뜀틀 부문에서 손은희는 북한에 유일한 금메달을 선사했고 다이빙 남자 더블플랫폼의 박영룡-최형길조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체조 여자 단체전과 테니스 여자 단체전.여자 복식(고은경-렴원옥조), 유도 남자 66kg(박철수).여자 52kg(안금애), 다이빙 여자 단체전.여자 플랫폼에서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북한은 82년 인도 뉴델리대회(금 17, 은 19, 동메달 20개)와 90년 베이징대회(금 12, 은 31, 동 39개)에서 각각 4위에 오르는 등 아시아권에서 스포츠 강자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하지만 98년 태국 방콕대회(금 7, 은 14, 동메달 12개)에서 8위로 떨어졌고 나름대로 명예 회복을 노린 2002년 부산대회(금 9, 은 11, 동메달 13개)에서도 9위로 한 계단 더 내려앉았다.
부산대회에서 북한은 전체 38개 종목 가운데 육상, 농구, 체조, 유도, 역도 등 18개 종목에 318명의 선수단을 파견, 상위권 입상에 큰 기대를 걸었다.
선수는 184명(남자 97명, 여자 87명), 임원은 134명(남자 122명, 여자 12명)이었다.
국내 스포츠관계자들도 대회 개막에 앞서 북한이 '아시아 최강' 중국과 한국, 일본에 이어 무난히 4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으나 그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대회 당시 확실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던 '유도 영웅' 계순희가 중국선수에 져 동메달에 그치는 등 금메달 후보들이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이같은 역대 성적과 메달 획득 현황을 감안하면 북한은 대구대회에서 체조와 다이빙, 테니스, 유도, 여자축구 등에서 메달을 사냥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여자축구는 북한이 세계 4강권에 오를 수 있는 구기종목이다.
지난달 방콕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했고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리그전)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체조와 테니스, 유도, 다이빙 등은 북한이 각종 국제종합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종목이다.
이들 종목에서 어떤 선수가 나올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대구대회에서 단단히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는 만큼 대표급 선수들을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낸 육상(장거리 등)에서도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이 대구대회와 겹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프랑스 파리)에 출전하는 관계로 메달을 딸 수 있을 전망이다.
양궁은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한국을 위협할 다크호스로 꼽힌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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