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을 읽으면 귀가 멍멍하다.
제목마다 갈라진 목소리에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과대망상일지 몰라도 이 커져가는 불협화음의 파열음이 때가 되면 여리고 성의 나팔처럼 우리의 성벽을 무너뜨리지 않을는지? 오천년을 견뎌온 성벽이 설마 하루아침에 무너지랴 생각할지 모르지만, 돌아보건대 위기는 늘 이렇게 오지 않았던가?
국난의 위기는 지도층은 분열되고 일반 백성은 무관심하거나 무지할 경우에 어느 날 예고없이 도래할 수 있다.
그것이 사백여 년 전 임진왜란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당시 조정은 일본의 침략 가능성을 두고 정쟁으로 갈라졌고, 백성들은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부산 앞 바다가 적군의 배들로 까맣게 뒤덮인 것을 발견하고 허겁지겁 우왕좌왕 좌충우돌하게 되었던 것이다.
수년 전 IMF 당시도 같은 상황이었다.
위기가 임박한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해법과 책임론으로 분열되었고, 일반인들은 반신반의한 채 사태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옛날 사람들이 조선을 침략한 히데요시가 누구인지도, 왜 갑자기 쳐들어왔는지도 몰랐듯이, 6년 전 우리들은 IMF가 무엇인지, 왜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정작 알 수 없는 일이 발생한 후에 그 참담한 고통이 어떠했던가?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저주스럽게도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게 된다'. 미국의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의 말이다.
대통령의 신중하지 못한 언행과 그로 인한 혼란은 우리의 문화와 전통 속에 자리 잡은 치자의 지혜를 잊었음이요, 오늘날 도를 넘은 각종 이익 단체들의 이기적 주장과 집단행동은, 또 각 정파와 지식인들의 이념적 분열은, 멀리는 왕조나 왕권을 무너뜨리는 반란과 가깝게는 해방이후 국토의 분단을 가져온 아픔을 망각한 것일 수 있다.
우리는 흔히들 수치스런 역사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임진왜란도, IMF도 수치스런 역사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들은 자랑스런 역사는 아니지만 반드시 수치스러울 필요는 없다.
비록 고통과 아픔이 있었지만, 또한 이를 초래한 부인할 수 없는 과오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순신 장군과 의병들을 자랑하고 금 모으기 운동을 자랑하지 않는가? 정작 수치스런 것은 임진왜란이 아니고 병자호란이다.
불과 사십 여 년 전에 일어난 국난의 교훈을 잊어버리고 또다시 정쟁과 분열로 국난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9·11 사건 이후 미국의 대외 강경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 시비가 많지만, 우리가 한가지 그들로부터 배울 점은 미국은 적어도 가슴아픈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 오늘날 우리의 분열된 모습을 보면 IMF 당시의 고통을 다 잊은 것만 같다.
사용자는 더욱 기업을 투명하게 해야 하고 노조는 파업을 자제해야만 한다는 당시의 교훈을 벌써 다 잊은 모습이다.
그러니 어찌 또 다른 국가적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독실한 기독교인이 아니라서 그런지 나는 설교시간엔 늘 졸음과 힘든 일전을 치르곤 한다.
그러다 비몽사몽 중에 번뜩 눈이 떠지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마지막에 부르는 성가인데 그 가운데 가슴 찌르는 한 구절 때문이다.
'이 땅의 황무함을 보소서. 하늘의 하나님 긍휼을 베푸시는 주여, 우리의 죄악 용서하소서, 이 땅 고쳐 주소서'. 정말 이 땅이 왜 이런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오, 이 땅 고쳐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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