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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교육섹션 솜씨 키우기-생활글(지하철 참사 현장)

지하철 참사 현장

마음이 너무 아프다.

친구와 함께 찾아 간 지하철 참사 현장은 슬픔의 늪이었다.

몇 개월이 지난 오늘도 탄내와 시커멓게 타버린 벽은 영화 속의 지옥 그대로였다.

벽에 있는 편지들이 눈길을 끌었다.

'다혜'라는 나와 동갑인 여자아이에게 보내는 편지, 보고 싶은 친구에게도, 사랑하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들의 편지 등….

그 중에서도 '보고 싶어요!'라는 제목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갑자기 코끝이 매웠다.

TV를 통해 지하철 참사가 큰 사고라는 것을 알았지만, 희생자가 이렇게 많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잊었었다는 게 너무 부끄럽다.

안타까운 마음에 하늘을 바라보았다.

파란 하늘이 눈앞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이따금 실낱같은 구름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하늘 나라도 이럴까? 희생자 분들이 계신 하늘에도 묵념을 했다.

'희생자 여러분, 하늘 나라에서는 꼭 행복하세요!'

이렇게 기도하며 고개를 들었다.

사진 하나가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전학 간 지은이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지은이?'

손이 파르르 떨렸다.

지은이와 보물찾기를 하며 놀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았다.

눈물이 맺힌 두 눈에 활짝 핀 민들레처럼 웃던 지은이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이는 듯했다.

"민경아! 우리 지은이네 집에 전화 해 보자".

"그래, 전화번호는 내가 알아!"

재빨리 전화를 했다.

귀에 익은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려왔다.

지은이었다.

"민경이? 안녕! 무슨 일이야?"

"지금 지하철 참사 현장인데, 벽에 걸린 사진이 너랑 닮아 걱정했었어".

너무 기쁘고 한편으로는 나 혼자 상상, 공상, 망상을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걱정과 불안이 가시었다.

그래서 현장을 한 번 더 둘러보았다.

그리고 화재가 났을 때 대처방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불행하게 돌아가신 지하철 참사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빌었다.

유가족분들도 힘내어 새롭게 일어서기를 간절히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던 지하철 참사. 생명의 소중함과 친구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던 기억에 남을 하루였다.

황민경(대구남명초교 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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