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나무야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라는 부제가 붙여진 한 권의 책을 펼쳐 봅니다.
쇠귀 신영복 선생님의 '나무야 나무야'입니다.
지은이의 말처럼 20년의 징역살이와 7년여의 칩거 후에 우리네 산천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띄운 25통의 엽서로 엮어져 있습니다.
국토와 역사의 순례는 지은이의 고향인 밀양의 얼음골에서부터 비롯됩니다.
사람은 그 부모를 닮기보다는 그 시대를 더 많이 닮는다고 하지만, 지은이가 고향에 돌아와 맨 처음 느낀 것은 사람은 먼저 그 산천을 닮는다는 발견이었습니다.
산천과 사람, 스승과 제자는 결국 한데 통하여 아무 구별이 없다는 것. 그러한 산천이 빚어낸 사람과 거꾸로 사람이 빚어내는 산천을 따라서 떠납니다.
결코 짧지 않은 길에서 많은 사람과 그들의 삶들을 머리가 아니라 발과 가슴으로써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편의상 시대를 따라 챙겨보면 단양 온달산성의 온달장군과 평강공주, 백마강의 의자왕과 계백장군, 가야산 해인사의 최치원, 임진강가의 황희와 압구정의 한명회, 영월 청령포의 단종, 지리산 산천재의 남명 조식, 남해 한산섬의 충무공, 밀양 얼음골의 허준과 유의태, 강원도 강릉의 신사임당과 경기도 광주의 허난설헌, 그리고 설악산 백담사의 만해 한용운과 일해 전두환 등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 낯설지 않은 동네요 사람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지은이는 기왕에 들어서 알고 있거나 굳어진 머리가 아니라 스스로의 눈과 가슴으로 느껴보라고 권유합니다.
즉 '과거'를 읽기보다 '현재'를 읽어야 하며, '역사를' 배우기보다 '역사에서' 느끼고 배워야한다고 말입니다.
비록 그들의 이야기 중에서 적지 않은 부분이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안에는 분명 그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절절한 진실이 담겨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지요, 사실이라는 그릇은 진실을 담아내기에는 늘 작고 부족하기 마련일 테니 말입니다.
역사에서 저만큼 비켜서 있는 산천을 따라가는 길도 결코 쉬는 법이 없이 이어집니다.
모악산에서 금산사 미륵불을 만나고 동네 어귀에서 뜻밖의 천수관음보살을 만나기도 합니다.
이천의 도자기 가마에서 전남 화순의 버려진 초등학교까지…. 무등산을 타고 섬진강과 백마강을 거쳐서 북한강과 북한산을 넘은 걸음은 이윽고 강화도 철산리 앞바다까지 이릅니다.
그곳은 남쪽땅을 흘러온 한강과 휴전선 철조망 사이를 흘러온 임진강, 그리고 분단조국의 북녘땅을 흘러온 예성강이 만나는 곳입니다.
파란만장한 강물의 역사를 끝마치고 바야흐로 바다가 되는 곳이지요. 밀양 얼음골의 서슬 퍼런 일갈에서 시작하여 세상에서 가장 낮고 평화로운 물인 바다에서 길을 마감한다는 것은 자못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지은이는 시종일관 국토와 역사에 대한 사랑과 화해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나 뜬금없이 입으로만 외치는 구호가 아니라 치열한 자기 반성과 실천 위에서 번져 나옵니다.
그러기에 그 목소리는 나직하여도 울림이 크고, 따뜻하게 다가오지만 단호한 뜨거움으로 전해옵니다.
송광익(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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