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코트 A 헌트 '평화의 미래'

'평화'라는 것이 과연 인간에게 가능한 것일까? 다소 엉뚱한 것 같지만 이에 대한 답은 질문에 드러나 있는 비아냥거림처럼 '불가능'일 것이다. 굳이 인류의 역사를 훑어보지 않더라도 지난 100년간만을 되돌아보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숱한 폭력의 명분은 '평화'다.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세계평화'를 내세웠으며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에서 북한과 북베트남 군이 내세웠던 명분은 '평화로운 통일국가 건설'이었다. 이 '평화'를 위한 전쟁은 끝이 없었지만 그 결과로 평화를 누렸다는 기록은 찾아 보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우리가 '평화'를 갈구하는 것은 그 것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대에서 불교를 가르치고 있는 스코트 A.헌트의 '평화의 미래'(아름다운 사람들 펴냄)는 '평화'를 위해 자신의 몸을 내던진 사람들의 열전이다.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티벳의 달라이 라마, 베트남의 틱 캉 도, 캄보디아의 마하 고사난다, 코스타리카의 오스카 아리아스, 인류학자 제인 구달 그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주의자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구달을 제외하면 모두 평화를 가장한 무차별적인 폭력에 평생을 바쳐 저항해 온 '평화주의자'들이다. 지은이는 미얀마 군 정보장교, 베트남 비밀경찰, 팔레스타인의 군인들을 눈을 피해 이 사람들을 하나하나 만나 인터뷰를 해 이 책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하나같이 평화와 자유, 용기, 희망, 사랑은 동의어라고 이야기한다.

'평화란 폭력도 없고 두려움도 없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마음의 자유'(수치), '인간 존재가 진리와 정의와 평화와 자유를 사랑하는 존재라면 더 좋고 더 자비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는 일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일'(달라이 라마)

그러나 이들의 일생이 투쟁으로 점철돼있는 만큼, 평화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체포와 구금을 반복했던 수치나 중국에 나라를 빼앗기고 망명의 길에 올랐던 달라이 라마, 크메르 루즈와 베트남에 대항했던 마하 고사난다, 틱 캉 도 스님...한 치의 앞도 볼 수 없고, 늘 살해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그들은 '평화라는 비현실적인 이념'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그나마 우리가 오늘날 이 정도의 불투명한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세계 곳곳에서 투쟁해 온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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