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언짢은 소식들 때문에 우리 국민들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아예 뉴스를 접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치인들의 여러 가지 파행적인 형태는 고사하더라도, 카드 빚으로 인해 부모를 살해하거나, 어린이를 유괴하거나, 심지어 자녀와 동반자살을 저지른 사건 보도는 우울한 소식이다.
정말 양식 있는 사람들은 무척 안타까운 심정에 괴롭기까지 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어느 사회든지 세상살이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누구라도 인생에서 늘 좋은 시절만 있는 것은 아닌 줄 안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활고(生活苦)에 의한 불행한 사건들은, 마치 빛이 센 곳에 그림자가 더 짙듯이, 더욱 더 우리들의 심사를 울적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저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넘길 일은 아님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 국민 대부분이 가난했던 시절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사건과 사고가 이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니까 당연지사처럼 여기는 경향마저 없지 않다.
사회병리적 현상에 대해 외면하거나 무관심한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가는 추세이다.
더군다나 전체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을 고려하기보다는 오로지 자기자신의 주장과 이익을 내세우지 않는 사람은 어리석은 바보로 취급당하는 분위기이다.
인터넷상의 가상공간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은 형편이다.
오히려 대면적인 인간관계가 아니고 익명성이 더 보장되기 때문에 살벌한 분위기마저 느낄 수 있다.
조금만 자신의 견해와 다르거나 자기의 이익을 침해하면 가차 없이 신랄한 인신공격이 난무함을 엿볼 수 있다.
한 마디로, 겁나고 무서운 세상이다.
이처럼 현실공간이든 가상공간이든 지금 우리 사회의 자화상은 남부끄럽기 그지없이 추한 모습이다.
우리 사회 문제의 심각성은 추한 모습을 성형수술 해야 할 지도층에서 부끄러움 자체를 모른다는 점에 있다.
당면한 선거에서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승리만을 목적으로 하는 이합집산의 정치인, 단기적인 경기변동에서 이익을 챙기고 사세확장을 위해 정경유착에 신경쓰는 기업인, 편파적인 세력에 부화뇌동하며 교조적인 논리로 허세를 부리며 영달을 꾀하는 지식인, 이들이 우리 사회의 권력(power)과 부(property)와 명예(prestige)를 움켜진 것은 아닌지 곰곰이 따져 볼 일이다.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바로잡을 시술도구가 바로 권력과 부와 명예라는 사회적 보상자원이다.
하지만, 우리는 권력과 부와 명예를 정당하게 배분할 수 있는 사회보상체계에 대한 합의가 결여되어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 사회의 무엇을, 어떻게, 누가, 성형수술 할 것인가에 대한 공론조차 형성되지 않은 상태이다.
조금 과장해 표현한다면, 목소리 크고, 억지가 세며, 귀찮게 굴면 소득이 있는 사회이다.
'경쟁과 배제'라는 허울로써 추한 모습을 감추기에 급급한 것이 우리 실정이다.
세계화와 구조조정, 그리고 각종 개혁의 미명으로 가열된 경쟁에서 낙오한 탓에 가정과 직장, 친구와 이웃으로부터 배제를 경험한 사람들이 설 자리가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셈이다.
사회안전망 구축은 여전히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일상생활 가운데 겪은 불만족을 안으로 삼키면 한(恨)이 되거나 체념을 낳고, 바깥으로 드러낼 경우엔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든지 때로는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위해를 가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경우는 자해 또는 자살을 기도하고 만다.
사람은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보다는 산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상실할 적에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본다.
우리 사회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자랑삼을 만하지만, 그에 어울릴 정도로 삶의 질적 가치는 신장되지 않았다.
특히 유감스럽게도 경쟁과 배제가 사회 전면을 차지하면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함께 어울려 산다는 의미를 빼앗아버렸다.
'배려한다는 것', '양보한다는 것'을 우리 국민의식과 행동양식 사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이다.
새 세대를 양성하는 교육현장만이라도 더불어 사는 지혜를 최우선 순위에 두는 대내적 노력과 대외적 지원이 아쉽다.
거창한 이념, 대단한 홍보, 현란한 구호, 이것은 탈각해야 할 구태이자 청산해야 할 구습이다.
소외당해 서운하며, 배척당해 억울하고, 멸시당해 한이 쌓인 사람들을 달래고 끌어안는 소박한 정치가 그립다.
더 이상 우리 국민들이 뉴스를 회피하지 않는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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