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지역 언론인들과 함께 경주엑스포공원 에밀레극장에서 2003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주제영상인 '화랑영웅 기파랑전'을 관람했다.
신라 화랑인 기파랑의 영웅적인 삶과, 전설의 피리인 '만파식적', 그리고 선화낭자의 사랑이 신라를 지키는 애국혼(愛國魂)으로 승화된다는 얘기.
올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주제인 '천마의 꿈'을 영상화 한 이 작품은 17억원의 제작비를 투입, 3D 입체영상에 실시간 효과를 가미한 4D 입체 애니메이션물로 제작 초기부터 관심을 끌어왔다.
그러나 이날 시연회에서 '화랑영웅 기파랑전'을 보고 적이 실망했다.
국내 최고의 기술진과 최첨단 디지털 영사기를 동원, 향기·바람·안개 등 5감각 효과까지 자아내 관객을 감동의 세계로 이끌 것이라던 작품치고는 아쉬운 부분들이 적잖았다.
신라인의 모습과 불국사·황룡사를 포함한 서라벌의 전경을 실감나게 재현한 것이나 내면의 감정까지 내비치는 듯한 캐릭터의 표정과 눈빛 등 기술적인 측면은 그런대로 평가받을만 했으나, 시나리오 전개상 어색한 부분들이 더러 있었다.
아직 완성된 작품을 본 것은 아니지만, 세계 여러나라의 수많은 관광객들이 관람할 문화엑스포의 주제 영상으로는 다소 미흡하다는 느낌이었다.
우선 작품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인 '만파식적'에 대한 의미부여가 미흡하고, 그것을 빼앗기게 되는 동기와 과정도 불분명했다.
특히 외국인들이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허전한 부분은 끝장면이었다.
천마로 환생한 기파랑과 선화낭자가 지구를 향해 우주공간을 달리면서 영상이 끝나는데, 조국 신라를 구하러 천상에 오른 영웅과 가인(佳人)이 아니라 마치 공상과학영화의 지구 전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천마가 된 이들이 서라벌 하늘로 되돌아와 천마총이나 황룡사 또는 불국사로 섬광처럼 스며들게 해 신라의 호국정신으로 승화시켰으면 어떠했을까. 그리고 만파식적을 되찾으면서 돌이 된 의상대사가 되살아나고 서라벌에 서광이 비치는 장면이 있기는 했지만, 그후 만파식적의 행방이 묘연했다.
또 초기에 등장한 그 수많은 군사들은 어디로 갔는가.
기파랑과 선화낭자의 생사를 초월한 사랑과 조국애로 국운이 회생한 신라(서라벌)의 모습이 빠진 것도 아쉬웠다.
군사들의 환호성과 함께 황룡사의 연등이 화려하게 밝아오고 봉덕사종(에밀레종) 타종(녹음된 실제 소리)이나 만파식적의 유장한 가락(대금의 진양조 등)을 배경 음악으로 깔면서 끝장면을 처리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17분의 상영시간도 너무 짧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1분에 1억원이 투자된 셈인데…. 이같은 아쉬움은 경북도의 엑스포 관계자들도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작품총감독인 고욱 교수(아주대)는 "20, 30대 영상세대를 겨냥한 함축성 있는 작품으로 시나리오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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