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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랑 자녀랑-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나무꾼과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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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에 한 총각이 살았는데, 너무 가난해서 늙도록 장가를 못 갔어. 그래서 색시를 얻으려고 집을 나섰지.

정처 없이 자꾸 가다가 산 속에서 호랑이를 만났어. 집채만한 호랑이가 앞에 떡 버티고 서서 '어흥' 하는데, 뭐 어떻게 할 도리가 있어야지. 그냥 가만히 서서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 그런데, 아 이 호랑이가 이상한 짓을 하네. 등을 돌려대고 주저앉더니 꼬리를 설레설레 흔들지 뭐야. 등에 올라타라는 소린가 싶어서 슬며시 올라타 봤어. 그랬더니 호랑이가 저를 태우고 번개같이 쌩쌩 달려서 어느 동굴 안으로 쑥 들어가더래. 안에 들어가 보니 새끼호랑이 한 마리가 누워서 끙끙 앓고 있네.

새끼호랑이가 입을 딱 벌리는데, 가만히 보니 목구멍에 커다란 뼈가 딱 걸려 있는 거야.

'옳지, 저 뼈를 좀 빼내 달라는 말인가 보군'.

새끼호랑이 입 안에 손을 넣어 가지고 뼈를 쏙 빼내 줬어. 그랬더니 어미호랑이가 고맙다고 절을 꾸벅꾸벅 하더니, 뭔가 물어 가지고 와서 총각 앞에 턱 던져 주더래. 주워 들고 보니 아 이게 뭐 참 보잘것도 없는 거야. 귀 간지러울 때 귀지 파는 귀이개 있잖아. 그거 하나더란 말이지. 아무려나 그걸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또 길을 떠났어.

가다가 심심해서 귀이개를 꺼내 가지고 귀를 한 번 후벼 봤어. 어, 그랬더니 이게 웬일이야? 귀가 시원하게 뻥 뚫리면서 온갖 새 말하는 소리가 다 들리네. 새 소리가 그냥 '짹재글짹재글' 이렇게 들리는 게 아니라 말소리로 들리는 거야.

"얘들아, 얘들아. 나는 아까 별난 일도 다 봤다.

아까 웬 총각이 호랑이를 타고 가더라".

"나는 그 총각이 새끼호랑이 목에 걸린 뼈를 빼 주는 것도 봤다".

이렇게 저희들끼리 막 떠들어대거든. 그것 참 신통하기도 하지.

귀이개를 주머니에 잘 넣어 가지고 또 길을 갔어. 가다가 날이 저물어서 어느 마을 큰 기와집에 들어갔지. 하룻밤 재워 달라고 하니 재워는 주는데, 온 집안 식구들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 왜 그러느냐고 물어 봤더니 주인이 하는 말이,

"우리 외동딸이 며칠 전부터 시름시름 앓아서, 온갖 용하다는 의원한테 다 보이고 온갖 좋다는 약을 다 써 봤지만 차도가 없더니, 오늘 저녁에는 죽으려고 그러는지 숨이 오락가락하고 있소".

이러거든.

총각이 얼른 귀이개를 꺼내 가지고 귀를 한 번 후볐어. 그랬더니 귀가 뻥 뚫리면서 나무 위에서 까치들이 말하는 소리가 다 들리는 거야.

"아이고, 저 집 외동딸은 천 년 묵은 지네 독을 쐬어서 다 죽게 되었으니 딱도 하지".

"그러게나 말이야. 지붕 용마루를 들어내고 쇠젓가락으로 지네를 잡아내어 항아리에 넣고 담배연기를 쐬면 지네는 죽고 딸은 살 텐데, 그걸 모르니 더 딱하지".

총각이 그 말을 듣고, 당장 주인에게 청해서 사다리를 달라 해 가지고 지붕에 올라가서 용마루를 들어냈어. 그러고 나서 안을 들여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홍두깨만한 지네 한 마리가 척 들어앉아 있는 거야. 얼른 쇠젓가락으로 집어내어 항아리에 넣고 담배연기를 쐬었더니 지네가 죽었어.

지네가 죽고 나니 외동딸은 언제 아팠냐는 듯이 깨끗하게 나아서 일어났지. 주인집에서는 목숨을 살려 준 은인이라고 이 총각을 딸과 결혼시켜 줬어. 총각은 소원대로 색시를 얻어 가지고, 그 뒤로 잘 살아서 어저께까지 살았더래.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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