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사람 사이에는 차이가 있는 것일까. 차이가 있다면 무엇으로 평가하여 차이를 인정할 것인가. 훌륭한 자질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비하하고 박해할 수 있는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이 소설을 처음 읽은 이래로 지금까지 내 가슴속에 남아 있는 사색의 한 주제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죄와 벌'에서 인간은 자기만의 독단적인 논리로 남을 단죄할 수 없으며, 그런 행위는 범죄로서 반드시 법률적으로 뿐만 아니라 양심적으로도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라스꼴리니코프는 비범한 두뇌를 가진 자로 자신의 추론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다고 생각되면 무슨 짓을 해도 정당하다는 식의 사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가난하여 돈을 빌리기 위해 수시로 전당포를 다녀야 했고, 그 과정에서 전당포 주인의 악착같은 인간성을 증오하게 됩니다.
마침내 그러한 인간은 죽어 마땅하다는 논리를 세우고 주인을 살해합니다.
스스로 정의롭다는 라스꼴리니코프는 전당포 주인의 돈까지 훔치는 죄도 저지릅니다.
천한 직업의 소냐는 돈을 벌기 위해 창녀 생활을 하면서도 종교적 가르침에 순종하면서 인간의 소중함을 몸소 실천하는 여성입니다.
그녀는 지적으로는 우월하지만 이미 사람을 죽인 중죄인이 되어 정신적 방황을 하고 있는 라스꼴리니코프를 사랑으로 감화시킵니다.
마침내 라스꼴리니코프는 소냐에게서 영혼의 위안을 느끼며 자수를 하고 시베리아로 유배되는 형벌을 받게 됩니다.
소냐는 그 뒤에도 변함 없이 그를 사랑합니다.
이 소설은 제목에서 죄를 지은 자는 처벌을 받는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암시하고 있지만 그 핵심적 내용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당포 주인을 살해하고 돈까지 훔쳐간 라스꼴리니코프의 행위는 형법에서 아주 무겁게 처벌하는 범죄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자신의 독선적 논리에 의해 사람을 미워하고 살해하는 행위는 형법에 앞서 반인륜적 죄악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죄에 대한 벌을 강조하면서도 소냐로 상징되는 인간애에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법을 어기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인간애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처벌을 할 때도 죄인에 대한 인간애를 가져야 법은 제대로 집행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교 때 읽은 '죄와 벌'은 이렇게 오랜 세월 가슴속에 남아 법률가로서의 나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한성(대구지방검찰청 2차장 검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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