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에세이-입과 귀와 손

모든 동물은 입으로 먹고 마시며 생존을 유지하고, 귀로 듣는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것은 손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손으로 먹고 마시는 것을 돕고 활동의 영역을 넓힌다.

또 사람은 귀로 언어를 듣고, 입으로 말하고, 언어와 도구를 사용하여 다양한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다른 영장류와 다르다.

입과 귀와 손은 머리의 올바른 통제를 받지 아니하면 제멋대로 움직여 말썽을 빚어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

입과 귀와 손을 제대로 잘 사용하면 삶의 질을 향상시켜 인류에게 희망을 갖게 하지만 함부로 잘못 놀려 인류를 실망하게 하는 사람도 많다.

입과 귀와 손을 부지런히 익히는 사람은 지식인으로 성공하지만 게으른 사람은 실패를 거듭하게 된다.

선천적으로 지능지수(IQ)가 부족한 사람이라도 부지런한 사람은 IQ가 좋아진다.

부지런한 만큼 대가가 주어지는 사회라야 사람들이 부지런해 지려고 애를 쓴다.

인맥이나 따지고 코드를 찾으면 부지런하기보다는 오히려 줄이나 잘 서려고 광분하게 된다.

의리는 소중한 것이지만 잘못된 의리는 자칫 나라와 사회를 망친다.

깡패들이나 테러집단 사이에는 의리가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모든 가치보다 의리가 더 강한 집단은 해악을 끼칠 뿐이다.

깡패나 테러집단의 의리를 부러워하는 잘못된 논리나 정서를 시정해야 하지 않을까.

잔인한 폭력물이나 불륜으로 가정을 파괴시키는 선정적인 드라마가 때와 곳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가정과 사회에 파고 들어가 정신을 도둑질해 가고 있다.

그럴수록 시청률이 올라가니까 언론도 대중의 그릇된 정서에 영합하는 상업주의로 전락하고 있다.

눈과 귀를 더럽힌 결과, 폭력과 불륜으로 가정과 사회를 파괴시키고 있는 것이다.

무자비하게 인권을 탄압하여 왔던 후세인이나 김정일과 같은 독재자를 지지하면서 부시 대통령을 마치 악의 축인 것처럼 비난하는 무리들.

제네바 협정으로 핵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김정일 정권이 국제사회를 몰래 속이고 지난 5년간 핵 고폭 실험을 무려 70여 차례나 자행하는 줄을 알면서도 김정일 정권에게 거액의 달러를 지원하여 북한의 핵 개발을 지원한 결과를 가져온 무리들.

그들의 의리가 깡패와 과연 무엇이 다른가. 그들은 입과 귀와 손으로 진실을 은폐하고 독재정권과 테러집단을 지지하며 정의를 숨죽이게 하고 있다.

인맥을 따지고 코드를 찾는 경향은 원시적인 문화의 소산이다

이제 우리는 실력보다 인맥이나 코드를 찾는 문화를 과감하게 지양해야 할 때가 되었다.

잘못된 인맥이나 코드는 나라와 인류를 망치게 된다.

미국이 왜 강대국이 되었는가?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가장 격렬하게 자신을 비판했던 정적을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방부장관에 임명하였다.

그 정적은 누구보다도 국방분야에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링컨이 암살되었을 때 가장 훌륭한 조사로 그를 슬퍼했던 사람은 바로 그 국방부장관이었다.

그러한 전통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켜 왔다.

미국이 얼마전 9·11 테러로 위기에 몰렸을 때 여야를 떠나 상원과 하원과 미국인들은 압도적으로 부시정권을 지지하지 않았는가. 그 무렵 성조기 판매가 급증한 것도 미국인들의 애국심과 단결력을 나타낸 것이다.

옹졸한 정치가는 입과 귀와 손을 함부로 사용하여 언론을 탄압하고 국회와 대법원의 권위를 짓밟고 인맥이나 코드를 따지지만, 위대한 정치가는 입과 귀와 손을 지혜롭게 사용하여 언론의 비판을 듣고 국회와 대법원을 존중하며 인맥이나 코드를 따지지 않는다.

시행착오가 너무 자주 반복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하게 된다.

더 늦기 전에 입과 귀와 손을 함부로 사용하여 언론을 탄압하고 국회와 대법원을 짓밟거나 인맥이나 코드를 따지는 '원시문화'를 이제는 청산해야 하지 않을까.

서석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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