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라이프'지는 지난 1천년간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우리의 금속활자보다 몇 백년 뒤의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을 선정했었다.
발명 자체보다 인류에게 미친 영향력의 차이에 따랐는지 모른다.
금속활자는 역사에 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반면, 활판 인쇄술은 서구사회와 세계 문명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다.
금속활자는 귀족.승려 등 특권층에만 쓰였으나 서구에선 활판 인쇄술로 책을 널리 보급하면서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우리는 지식의 대량 생산과 일반대중의 독서라는 금속활자의 숨겨진 가치를 발현하지 못했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날로 치열해지는 국가 간의 경쟁에서 독서 경험은 그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 한다.
'독서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도서관 사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인구당 공공도서관 수는 OECD 각국의 40분의 1 내지 3분의 1, 자료의 양은 15분의 1 내지 5분의 1 수준이다.
어린이 도서관은 말할 나위조차 없다.
▲구미시에 국내 최대 규모의 어린이 전용 도서관이 세워진다는 소식이 들린다.
우리의 현실에 비춰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구미시립도서관 봉곡동 분관 터 3천600여평에 연건평 1천500여평, 열람석 1천석을 갖춘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구미시립 어린이도서관'이 빛을 보게 될 전망이다.
구미시는 국비.시비 등 75억여원을 들여 이 사업을 추진, 오는 2006년 완공 예정이라니 기대가 크다.
▲구미경실련이 어린이들과 함께 벌인 이 도서관 건립 운동은 2001년 6월 정책 과제로 제시됐으나 이 청원이 건립 결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같은 해 8월 시정건의서를 냈고 9월에 다시 요구했으며, 지난해 5월 구미시장과 시.도의원 선거공약 채택을 요구했다.
지난 1월 구미시장이 시의회가 동의하면 시의 정책으로 채택하기로 해 초등학생 5천명 등 1만2천500여명이 서명운동을 벌여 지난 22일 시의회에서 통과돼 그 꿈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이 도서관 건립이 결정되자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어린이들이 만세를 불렀다지만, 이는 구미시 어린이들만의 경사가 아니다.
세계적인 정보통신(IT) 산업도시로 발돋움하는 구미시의 미래지향적 교육 인프라 구축을 계기로 턱없이 부족한 어린이 도서관을 확충하고, 미래의 주인공들이 창의적 능력을 마음껏 키울 수 있는 분위기가 확산돼야만 할 것이다.
미국.일본 등 강대국의 힘이 어린이 독서와 잘 갖춰진 도서관 시스템에서 나왔으며, 도서관이 정보화 시대를 선도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식 인프라임을 잊어서도 안 되리라.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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