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자기로 빚는 사물놀이 한마당

"사금파리가 아닌 우리의 문화를 담아 파는 '쟁이'가 되고 싶습니다" .

줄기차게 '한국의 소리' 찾기에 매달려 온 젊은 도공(陶工) 김준환(41)씨.

경남 합천군 야로면 하빈리 미숭산성 밑 자락에 '황새목'이라 이름 붙인 도예공방을 열어 차고 딱딱한 도자기에 신명나는 우리의 소리 접목에 무더위도 아랑곳 없다.

공방에 들어서면 온통 사물놀이 한마당 잔치를 벌이는 듯한 흥겨움에 젖는다.

정교하게 조각된 도자기 인물상에서 북·장구·꽹과리·징소리가 절로 흘러나오는 듯하다.

김씨의 도조품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정교하고 역동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이는 경북대 예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한 김씨의 철저한 조형감각과 도예기술이 만나면서 일반 도예가들이 흉내낼 수 없는 끼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

김씨가 돈이 된다는 일반 생활도자기 만들기를 거부하고 고집스레 한국의 소리 찾기에만 매달린 것이 10여년째. 그는 일본 방문길에서 이같은 뜻을 굳혔다고 한다.

"일본에는 일본의 냄새가 물씬 나는 갖가지 캐릭터가 많은 데 우리 것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시작됐다는 것.

일본보다 우수한 도예문화와 우리의 소리를 접목해 "문화를 팔자"고 나섰다.

10여년간의 연구 끝에 조금씩 '한국의 소리'가 신명나게 들리기 시작하면서 신바람이 난다.

지난 15일 경남도가 주최한 관광품공모전에서 동상을 수상하고 문화부 주최의 전국공모전에 출품, 입상을 바라보고 있다.

전국 유명 백화점과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호텔 등지에서도 주문이 쇄도하고 있으며 군청에서도 방문 기념품으로 활용하는 등 지원책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전자 칩 삽입 등 복합적 기능을 갖춘 완전한 '한국의 문화상품'이 탄생될 때까지 평생을 이 작업에만 매달려 볼 생각"이라며 "공방을 '황새목'이라 이름 붙인 것은 눈앞만 보지 말고 멀고 길게 보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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