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없다.
힘 뽑고 똑바로 치라우". 실수한 것은 괜찮으니 어깨에 힘을 빼고 집중해서 경기에 임하라는 북한팀 테니스 코치들의 주문. 경기 때마다 경찰이 둘러싼 관중석에 앉아 선수들을 독려하는 이러한 멘트를 한동안 듣기 어렵게 됐다.
현격한 실력차를 극복하지 못한 채 북한 테니스팀이 남녀 단·복식과 혼합복식 1, 2회전에서 모두 탈락해 버린 것.
24일 오후 2시35분부터 두류공원내 유니버시아드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첫 남북대결은 52분 만에 세트 스코어 2대0(1세트 6대1, 2세트 6대1)으로 싱겁게 끝났다.
우리팀 이안나·김연 조의 승리.
그러나 2천여명의 관중이 모인 가운데 치러진 남북 대결은 모두의 승리였다.
센터코트를 둘러싼 시민들은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눈에 담듯 세심하게 지켜봤고, 북한팀이 선전을 펼칠 때면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또 전위를 맡은 북한팀 황은주 선수가 랠리 끝에 아깝게 발리에 실패하자 관중석에선 "아~"하는 안타까운 탄성이 터졌다.
북한팀 서포터스나 미녀 응원단은 없었지만 한마음으로 열심히 응원했다.
완패로 끝나자 북한팀은 경기 전 우리 선수들에게 건네받은 U대회 마스코트 드리미 인형을 들고 상기된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아직 끝난게 아니다.
패자전에서도 최선을 다해달라"고 한 관중이 말하자 북한 코치단은 겸연쩍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대신했다.
대회 첫 남북대결의 주인공이 된 김연 선수는 "다른 외국 선수들과의 경기보다 훨씬 더 긴장했다"고 말했고, 이안나 선수도 "샤워장에서 만나 대화도 나누며 정이 들었는데 이번이 마지막 경기가 돼 아쉽다"며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북한 선수들은 25일 시작하는 패자전에 일제히 나선다.
영어로는 '컨솔레이션 매치'(consolation match), 즉 위로전쯤 되는 셈. 신청자만 치르는 패자전에 북한 선수가 전원 참가해 '한수 배우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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