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지역 제조업체들은 마침내 현실화한 주 5일 40시간 근무가 소기업이 절대 다수를 이루는 지역 제조업계에 치명적 경영 악화 요인을 불러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른 주 5일 40시간 근무 도입시기는 종업원 수 1천명 이상은 내년 7월부터, 300명 이상은 2005년, 100명 이상은 2006년, 50명 이상은 2007년, 20명 이상은 2008년, 20인 미만은 2011년 등으로 대구 경우 1천명 이상 12개, 300명 이상 72개, 100명 이상 442개, 50명 이상 969개, 20명 이상 2천933개 업체가 단계적으로 주 5일 근무를 실시해야 한다.
지역 제조업체들은 이처럼 소기업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대구 경우 주 5일 근무가 현실화하면 인건비 급증 및 인력난 심화가 상대적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인건비 경우 주당 실근로시간이 현행 법정 근로시간(44시간)과 별 차이가 없는 대기업과 달리 거의 모든 지역 중소기업들은 종업원수 300명 내외를 기준으로 54~56시간을 일하고 있어 기업 경영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분석한 주 5일 근무에 따른 생산성 향상 효과는 5.9% 수준이지만 지역 중소기업들의 임금 상승률은 업체 규모에 따라 10~20%를 웃돌아 도저히 기업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는 것.
특히 지역 주력업종인 섬유, 기계 등은 산업 특성상 24시간 내내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업체들이 많아 그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종업원 수에 따른 단계적 실시를 규정한 개정안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근로조건 격차를 더욱 심화시켜 지역 제조업체들에게 최악의 인력난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적잖다.
종업원 27명의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소기업 경우 이미 2~3년전부터 종업원들의 생산현장 이탈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도입시기가 대기업보다 4년이상 늦어질 경우 상대적 박탈감에 휩싸인 종업원들은 아무도 일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9일 주5일제 시행의 각종 부작용에 대한 대책으로 설비투자 세액공제, 인건비 지원, 신규채용 장려금 지원 등의 방안을 내놓았지만 지역 중소기업들은 이정도 수준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없다며 프랑스 등 다른 선진국처럼 4대 사회보험료 기업부담분 인하, 법인세 인하 신규고용시 고용세액 공제제도 실시 등 실질적 비용절감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29일 국회를 통과한 주5일제 법안과 관련, 구미공단 전자부품업체 김모(45)대표는 "중소제조업 생산직의 실근로시간은 주당 55.9시간이며 부족인원이 20만명에 달하는 등 주5일제를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못했다"며 "중소기업은 오는 2010년 이후부터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중소업체 대표는 "대부분 모기업의 주문 작업으로 납기일을 지켜야 하는 중소기업의 특성상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법정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초과 근로가 늘 수밖에 없어 인건비가 현재보다 평균 20% 이상 상승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가뜩이나 대기업 선호현상이 심한 현실에서 대기업부터 먼저 주5일제가 시행되면 대.중소기업간 근로조건 격차가 더 벌어짐에 따라 중소기업 기피현상이 심해져 인력난이 심화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섬유업체를 경영하는 김모(47)씨는"노조의 요구에 따라 작년말부터 주5일 근무제를 보완한 격주 토요휴무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물건은 납품해야 하고 노조는 파업하겠다는데 회사 문을 닫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포항공단 일부 중소기업 대표들은 "올들어 대다수 대기업들이 노사간 합의로 주5일제 시행에 들어가면서 핵심 인력들이 대기업으로 옮겨 갔다"며 이 법안 통과로 재력과 인력의 대기업 편중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업원 200여명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일부에서 새 법 적용시기를 늦추기 위해 올해부터 지속적으로 분사, 소사장제, 하도급 확대 등의 방법으로 외관상 규모를 줄이겠다는 사업자도 많다"면서 "중소기업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릴 개악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개정법안에 따르면 내년 7월부터 주5일제 시행 대상사업장(종업원 1천명 이상)은 포항지역은 이미 시행에 들어간 포스코와 INI스틸 포항공장을 비롯해 포스코건설, 삼정피앤에이 등 포항지역 4개사와 경주시 안강읍 풍산 안강공장 등 모두 5개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구미공단에는 삼성전자.삼성코닝.삼성탈레스.삼성코닝정밀유리 등 삼성계열사가 전면 주5일근무제를 실시하고 있고, LG전자.LG마이크론.LG이노텍 등 LG계열사와 대우일렉트로닉스.도레이새한 등이 토요격주휴무제를 채택하고 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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