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욕심 앞선 내년도 '균형 예산'

국가 재정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수입과 지출이 딱 맞아 떨어지는 '균형 재정'이다.

집안 살림과 달리 나라 살림의 경우 돈이 남는 흑자 재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써야할 곳에 제대로 투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균형 재정을 건전 재정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나라 경제의 역동성이 클수록 대체로 적자 재정을 피하기는 어렵다.

투자해야할 곳이 많기 때문이다.

기획예산처가 청와대에 보고한 내년도 예산안 편성방향을 보면 정부의 강력한 균형 재정 의지를 읽을 수있다.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2.1% 증가에 그친 117조5천억원 선의 '초긴축 재정'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예산 증가율은 2001년 11.8%, 2002년 10.5%, 지난해 5.0%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로 10년 만에 최저치다.

균형 예산을 마다할 국민이야 없겠지만 문제는 정부의 이같은 계획이 현재의 경제 사정으로 볼 때 제대로 지켜지겠느냐는 것이다.

당연히 경우에 따라 추경(追更)예산으로 보완되겠지만 경제성장률이 적어도 5%대 이상으로 회복된다는 가정에 기초를 둔 낙관론으로 짜여진 세수(稅收)임에는 틀림없다.

지금 한창 우려되고 있는 장기 침체 국면의 가능성을 거의 배제한 편성이라면 예산안의 불투명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내년도 예산 증가분은 대체로 국방비와 복지부문에 치우쳐 있다.

국방비는 올해보다 8% 증가한 18조9천억원이며 2006년 이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3%수준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나 과연 이런 추세로 10년안에 자주국방이 달성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복지 예산도 증액되고 있지만 정작 복지의 발목을 잡고 있는 빈부격차와 교육격차, 부동산 투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한국경제는 지금 새로운 동력 개발이 절실한 시점이다.

따라서 연구개발 관련투자, 지식기반사회 조성, 동남아 경제중심, 지역분권과 혁신 등에 엄청난 재원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의 균형 재정 욕심은 좋으나 모든 분야가 돈에 목말라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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