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모처럼 시간을 내서 집에만 계시는 78세되신 어머님을 모시고 경주 문화엑스포 구경을 갔다.
출발할 때부터 비가 부슬부슬 오기에 관람객이 적을 것 같아 엑스포 구경을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날씨 관계로 모든 공연이 취소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엑스포 개최장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우리의 예상과 달리 주차장엔 벌써부터 차들로 가득했고 입장권을 구입해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서커스 구경을 하려고 기다리는데 공연시간이 다가오자 순식간에 많은 사람이 몰렸다.
연세 높으신 어머니는 어영부영하시다가 나와 같이 제일 끝 무렵에 줄을 서서 입장을 하니 공연장은 벌써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어머니는 굽은 허리를 펴면서 "저쪽으로 가자"고 하시니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분이 "할머니, 그쪽으로 가시기 힘드니까 이쪽에 앉으세요. 저희가 저쪽으로 가겠습니다"라고 하는게 아닌가. 그 분은 한사코 자리를 양보해주어 앞쪽 자리에 앉아 구경하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지만 자꾸만 그 젊은 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서커스장 뿐만 아니라 백결 공연장, 처용마당 등 몇 곳에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모여 자리잡기 힘들었지만 그날따라 가는 곳마다 젊은 분들이 자리를 양보해주어 구경을 잘 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이곳저곳 다니시느라 피곤하실텐데도 피곤한 기색 없이 "젊은 사람들로부터 사람 대접을 받는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다"고 하시며 내내 흐뭇해 하셨다.
나 또한 덩달아 마음이 흐뭇했다.
그 때 자리를 양보해주었던 젊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다시 한번 전하고 싶다.
정성필(대구시 유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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