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낮달이 따라오며 묻는다.

저문 마을의 등불처럼 가슴 설레는

사람 하나 품고 가느냐고.

아롱아롱 접시꽃들 눈앞에 가득하다.

갑자기 울리는 이명, 아득한 떨림

달은 너무 멀고 일렁이는 꽃은 사랑보다

더 붉다.

그림자조차 붉다.

아, 저기 있구나 내 마음.

정재숙의 '달빛 사랑의 길'

많이 아프다는 말을 들은 지 한참 됐는데 차마 마음 다칠까봐 경과를 묻지도 못하고 지낸 지 벌써 10년도 훨씬 넘었다.

그래도 씩씩하게 아니, 씩씩하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문학행사에 나타나 주니 고마운 분이 바로 정 시인이다.

가슴 설레는 사람 가슴에 품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아무에게도 말못하고 죽음의 순간 그 사람에게 당신을 사랑했노라고 말하고 죽고 싶은 그런 사람. 정시인은 가슴에 붉은 사랑을 품고 있어 그 병을 이길 수 있었나 보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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