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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마을 사랑봉사회-"직업 달라도 마음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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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평리동의 본디 이름은 '들말'. 들 마을이란 뜻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오랜 세월을 한 식구같이 살아가는 이들이 작년 11월 '들마을 사랑 봉사회'를 만들었다.

거의 달을 거르지 않고 역내 노인들을 위해 잔치를 여는 것이 지금 주로 하는 일.

"달성공원 앞에 앉아 소일하는 노인들이 처량해 보였습니다.

전부터 소년소녀 가장이나 어려운 어르신들을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선뜻 나설 수 없다가 좋은 동지들을 만나 용기를 냈습니다".

봉사회 이성관(49.평리4동) 회장은 봉사를 시작한 후 마음만은 누구 안부러운 부자가 됐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도 신평리시장에서 10년 넘게 생선 노점을 해 온 부유치 못한 이웃. 여러차례 실패를 경험했고 지금도 13평짜리 주공아파트가 재산목록 1호일 뿐이다.

처음 이 회장과 뜻을 맞춘 사람들은 7명. 그러나 회원은 그 사이 30명으로 늘었다.

같은 시장의 참기름집 주인, 떡집 사장에서부터 대기업체 지점장, 공예가, 한의사, 국악인, 성악인에 이르기까지 직업도 각양각색. 이들은 경로잔치가 열리는 날이면 각자의 일을 제쳐두고 온갖 성의를 다한다.

참기름집 사장은 양념을 준비하고 떡집 주인은 떡을 해들고 쫓아온다.

여러 회원들은 수만원에서 10만원에 이르기까지 형편에 따라 경비를 보탠다.

노력 봉사도 결코 가볍잖은 일. 장 보기에서 설거지까지 2박3일이 걸려도 누구 하나 웃음을 잃지 않는다.

김종숙(41.여.한지공예)씨는 "나이 들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 봉사 아니겠느냐"며 "봉사할수록 점점 더 젊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인호(37)씨는 "특별히 거들 만한 게 없어 팔던 참기름과 고춧가루를 잔치에 보태는 정도"라며 "자신이 어렵더라도 더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국악인 회원들은 어르신들의 흥을 돋우는 일을 맡았다.

고홍선(41)씨는 "동료 국악인들이 서로 부조하는 셈으로 잔치에 나와 '소리 공양'을 해주기도 한다"며 "전라도에서 와 이곳에 정착하기까지 힘든 일도 많았지만 이 봉사를 시작한 뒤 이제는 대구가 고향같이 돼버렸다"고 했다.

지두화 기능보유자이기도 한 고씨는 "언젠가 어르신들에게 그림도 선물할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봉사의 대가는 행복이더라고 했다.

"이런 동료들이 저의 큰 '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월 들어가는 잔치 비용은 100만~150만원 가량이지만, 동료 회원들이 덧보태는 정은 더 큽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남을 도와야 내가 행복할 수 있음을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실제로 도움 받는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지요".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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