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벌써 成長을 포기해서야

한국 경제는 노쇠하기 시작했는가. 벌써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단 말인가. 한국은행의 잠재성장률 4%대 추정은 이같은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준다.

한은 고위 관계자의 최근 "지금까지 내부적으로 잠재성장률을 5% 내외로 잡아 통화정책을 써 왔지만 올해 들어 4%대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발언은 충격적이지만 우리 경제의 현실을 직시한 올바른 판단이라고 본다.

권위있는 경제분석으로 비교적 경기를 낙관하고 있는 한은의 이같은 추정은 한국 경제가 이제 새로운 틀인 선진국형 '저성장' 기조로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선진국형으로 진입했다고해서 좋아할 것이 아니라 아직 '1만달러'의 늪에서 탈출하지도 못하고 있는데 몸은 벌써 '2만달러' 행세를 하고 있으니 그 불균형과 괴리를 어떻게 극복할지 걱정이 앞선다.

7%성장을 장담하고 있고, 적어도 5%대 성장은 무난할 것이라는 토대위에서 책정된 모든 거시 경제 지표들은 이제 차분하게 수정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한은의 분석대로 설비투자 부진, 노동 공급 능력의 감소, 기술혁신에 대한 투자 부족 등으로 요약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치고 있지만 국내 기업조차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길 정도로 설비투자 부진은 한국 경제의 만성병이다.

노사분규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한국경제는 올 하반기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노사분규와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한데 이어 최근 일본은 '제2차 한일 비관세조치협의회'를 앞두고 한국 노사 문제가 '무역 장벽'이 됐다며 정식 안건으로 채택해 줄 것을 요청했다.

'죽도록 파업을 한다'는 외국언론의 보도처럼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소득 1만달러 시대와 동북아 경제중심, 지역균형발전 등은 모두 고성장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다.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 이런 목표들은 크게 늦추어지거나 포기해야 한다.

이런 목표들을 포기할 것이냐, 아니면 허리띠를 더 졸라맬 것이냐 한국 경제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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