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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원칙없는 경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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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경산시장실에는 '이례적'으로 40여명의 스님들이 방문했다.

'갓바위 상가부지 특혜 매각 즉각 해약하라'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앞세우고 어깨띠를 두른 모습으로. 지난 8개월 동안 끌어왔던 갓바위 상가·공영주차장 문제에 대한 시장의 답변을 듣기 위해서였다.

이날 시장실을 항의 방문한 은해사.선본사 스님들은 작심한 듯 가시돋친 발언을 쏟아냈다.

"특정인에게 특혜를 준 이유는 무엇인가", "일부 공무원들이 잔재주 부리는 바람에 윤 시장만 욕먹이느냐. ×바가지는 자신들이 써야 하는 것 아닌가" 등등. 때론 관련법 검토 후 판단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도 당장 결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간간이 감정섞인 말로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경산시측의 답변이 많은 부분 임기응변식이고 군색했다.

"행정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지난 3일 계고장을 보냈다", "법원판결 이후 조치를 취하겠다"는 등. 이에 스님들은 "지난 8개월 동안 뭘하다 시장실 항의방문한다니까 이제 와서 부랴부랴 행정절차를 밟는가"라며 몰아붙였다.

스님들은 주차장 계약서 규정을 제시하며 계속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해당 부서 중견간부가 마지막으로 직위를 걸고 처리할테니 말미를 달라고 애원도 했다.

하지만 "오늘 명쾌한 답변이 없으면 시장과 함께 행동하겠다"는 으름장에 경산시는 내일(6일)부터 주차장 일시 중지를 명하겠다고 '백기'를 들었다.

법과 규정에 따른 공무 수행이 아닌 편법을 써 당당하지 못한 일부 공직자들, '원칙과 소신'도 없이 윗사람 눈치나 보는 무사안일한 행정, 당사자들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보다는 집단민원을 통해 해결하려는 모습, 표를 의식해 집단 민원에 적당히 타협하는 듯한 단체장의 모습. 이날 2시간여 동안 경산시장실에서 지켜본 이런 모습들이 지방자치시대의 현주소가 아닐까 생각하니 씁쓸했다.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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