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예가·통기타 가수 엄덕수(42)씨

"다리가 불편한 탓에 집안에서 '손장난'만 하다보니…".

지난 8일 '제23회 영남서예대전(대구서예가협회 주최)'에서 행초서 '황산곡시'로 대상을 받은 엄덕수(42)씨. 그는 20년 이상 익혀온 서예 솜씨로 큰 상을 받았고, 라이브 가수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는 특이한 경력의 재주꾼이다.

삶의 터전은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앞에 있는 '덕인당'이라는 자그마한 도장집이지만, 통기타를 들고 매일 밤마다 서는 밤무대도 빼놓을 수 없다.

20년 가까이 대구시내 호프집, 카페, 다방 등을 돌아다니며 쉬지않고 해온 일이다.

요즘은 수성구의 레스토랑 '뉴욕 뉴욕'에서 밤 9, 10시에 'Bridge over troubled water' 'Take me home country road'같은 흘러간 팝송을 레퍼토리로 공연을 하고 있다.

"서예와 노래는 제 삶의 전부라고 할 수 있어요. 얼핏 서예와 노래는 양립될 수 없는 장르 같지만, 열심히 하다보니 제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게 됐습니다".

그는 생후 4개월때 앓은 소아마비로 두다리가 불편해 다른 사람들이 밖에서 뛰어노는 동안, 방안에 틀어박혀 글 쓰고 기타를 치는데 열중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라이브 공연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무릎을 꿇고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매일 몇시간씩 서예공부를 해왔다.

서예는 단순히 손만 아니라, 몸 전체의 힘으로 쓰는 것이어서 불편을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서예는 하면 할수록 더 어려운 예술"이라는 엄씨는 "힘이 펄펄 넘치는 행초서를 쓰고 싶다"면서 '천류불식(川流不息.흐르는 내처럼 쉬지 않음)'이라는 고사성어를 들려줬다.

지난 96년 'KBS장애인가요제'에서 대상을 받고, 그해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시구를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예전에 다리가 불편하다는 것에 좌절을 겪곤 했지만, 요즘은 재미있고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그는 "훗날 전원카페를 차려 노래하고 글도 쓰면서 살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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