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수농가들 수확 포기...한숨만

"올해도 농사로 벌기는커녕 빚만 잔뜩 늘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농민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합니까".

지난 12일 갑자기 몰아닥친 태풍 '매미'로 수확을 포기한 거창지역 농민들이 한해 동안 애써 가꾼 사과.배 등 낙과된 과일들을 바라보며 내쉬는 한숨이다.

과일값이 작년 추석보다는 조금 나아져 이제는 자식들 학비 정도는 걱정없이 마련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매미' 때문에 올해도 인건비는커녕 농약값도 건질 수 없게 됐다.

농민들은 떨어진 과일들을 보면서 그저 한숨만 쉴 뿐이다.

농민들이 태풍을 처음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또 다르다는 것이 문제. '매미'가 과일을 떨어뜨려 올해 농사만 망친 게 아니라 10여년간 애써 가꾼 나뭇가지들을 거의 부러뜨리고 상하게 해 과수밭을 아예 못쓰게 만들어 버렸다.

이런 가운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해마다 농약값 등 생산비는 오르고 장기불황으로 금융권의 대출도 한계에 다다라 더 이상 돈을 빌려 쓸 곳이 없어졌다.

그러나 과수농민들은 10년 넘게 과수농사만 짓다보니 지금에 와서 이것 말고는 마땅한 대체 작목이 없어 그저 가슴만 치고 있어야 할 실정이다.

농민 김병선(49.거창군 주상면 연교리)씨는 "올 과수농사로 벌기는 커녕 농약대 등 1천500여만원의 빚만 지게 됐다"며 "앞으로 살아가는 일 자체가 막막해졌다"며 한숨지었다.

또 대부분 과수농민들은 대출한도도 넘어 앞으로 농사자금 조달도 막막한 상태다.

거창.조기원기자 cho1954@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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