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칸쿤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제5차 각료회의가 합의점이 결렬되면서 14일 폐막됐고 이에 앞서 칸쿤 시위현장에서 전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이경해 회장의 자살소식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우리 농업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산적해 있고 앞이 어둡고 답답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도하 어젠다(DDA) 협상에 의한 예견된 농산물관세 대폭 인하와 더불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쌀 재협상, 농업인의 고령화, 영농규모의 영세성, 과도한 농가부채, 도시근로자와 농가 소득격차의 증대로 인한 상실감 등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듯하다.
근래 우리 농업은 WTO로 농산물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 농산물 소비시장의 빠른 글로벌화, 고급시장과 소년.노년층 시장형성, 안전농산물 수요증대, 택배산업 발달로 직송(直送) 농산물의 유통량 대폭 신장과 더불어 농산물 소비도 감성화.패션화가 진행되는 등 농산물 소비시장이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농업도 변해야 한다.
우선 농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농업생산의 3요소(토지.노동.자본)외에 기술.아이디어.정보.서비스 등이 포함된 지식과 더불어 속도(Speed)가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또 생산위주의 농업에서 새로운 농업비즈니스(Agri-Business)영역을 확대하고 고객만족과 정직한 농업 그리고 경영마인드 도입 등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발전은커녕 퇴보할 수밖에 없다.
찰스 다윈은 '살아 남는 종(種)은 가장 강한 것도 가장 현명한 것도 아닌, 변화에 잘 대응하는 종'이라 설파한 바 있다
변하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은 진리이다.
한국은 농업이 안 될 수밖에 없다고 체념하기보다 소비자들이 선호할 분야와 상품을 개발한다면 기대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양잠은 실크생산으로는 쇠퇴산업이었지만 당뇨병 치료보조제로서 누에가루의 용도를 찾아내고 나아가 동충하초, 누에그라, 실크화장품, 실크머리 염색제 등으로 새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밖에도 배부르지 않는 농업, 경박단소형(輕薄短小型) 농업, 기능성농업, 전자상거래 농업, 즐거움을 주는 농업 등 외국 농산물과 차별화된 농업분야를 개척할 수 있다.
우리는 바로 이점에 주목해야 한다.
국토가 작고 인구가 적으며 지하자원도 부족하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는 룩셈부르크(세계 1위), 리히텐슈타인(2위), 스위스(3위),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싱가포르 등이 강소국(强小國)이라고 불린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작은 규모로 농사를 짓지만 소득에서 앞서가는 농업을 강소농(强小農)이라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가의 영농규모를 키우는 방법도 극히 제한되기 때문에 작지만 강한 농업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리 농업이 지향하는 고품질 농업과 고부가가치농업, 수출농업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유기농업의 단지화.특수재배기술의 전문 집단화 등으로 고품질 농업을 확대하고 고부가가치농업 확충을 위한 동기부여 활동과 도시 고령인구를 쾌적한 농촌으로 유치하기 위해 휴양림이 있는 지역에 취미농장인 가든 팜(Garden Farm) 타운과 같은 실버농업도 개발해야 한다.
또한 경북 청도 소싸움과 경남 산청의 약초 한방타운, 전남 함평의 나비축제 같은 농촌의 어메니티(Amenity)와 내재된 자원을 활용한 지역 클러스터(Cluster)를 육성, 농가소득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이밖에 도시인의 농촌주택(1가구 2주택)의 경우 구입은 도시민이, 관리는 농민이 담당하는 농도불이(農都不二) 주택 모델을 제시하는 등 수많은 아이템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런 모든 아이디어를 포함한 지식농업을 한 눈에 살피도록 전국단위 대규모 아이디어농업 정보교류의 장을 마련, 농업인.농업단체.지자체.농업관련 공직자.소비자.학계와 언론계 등 우리 농업도약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모든 분들의 만남과 토론의 장소가 출발점이 되어 전국적으로 불씨가 전파돼야 한다.
우리 농업 문제를 정부역할과는 별도로 농업인이 스스로 해결 가능한 과제를 매년 100개씩 선정, 강력 추진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작지만 강한 농업인 강소농(强小農)의 꿈이 이루어져 돈버는 농업, 살 만한 농촌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하고자 하는 자는 방법을 찾고, 하고 싶지 않은 자는 구실을 찾는다'는 말도 음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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