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두가지 결말로 즐기는 '28일 후'

영화 '엔딩'을 내 마음대로 볼 수 없을까.

많은 관객들의 바람이다.

그래서 '무간도' 등 DVD에서는 결말을 하나 더 추가해 관객의 입맛을 맞춘다.

그러나 영화에서 두개의 결말을 한 영화에서 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오는 19일 개봉하는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는 두 가지 엔딩을 모두 보여줘 화제다.

오리지널 버전에 또 다른 버전의 엔딩을 함께 붙여 개봉하는 것이다.

한 편의 영화가 두 가지 결말을 동시에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은 '28일 후'가 처음이다.

'28일 후'는 '트레인스포팅'의 대니 보일이 영국으로 돌아와 만든 영화. 미국으로 건너가 연출한 '비치'의 '대 실패' 이후 그의 색깔로 다시 '유턴'한 작품이다.

한 실험실에 동물보호운동가들이 무단으로 침입해 갇혀 있던 침팬지들을 풀어준다.

침팬지는 폭력성 실험을 위해 바이러스를 주입한 실험용 동물. 그로부터 28일 뒤. 침팬지로부터 번진 바이러스는 영국 전역을 '좀비'(살아있는 시체)의 세계로 만든다.

소수의 인간만이 감염을 피해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혼수상태의 주인공 짐(실리언 머피)이 깨어난 뒤 텅 빈 런던 시가지를 걷는 장면이 가공할 정도로 공포스럽다.

'28일 후'는 B급 영화의 대부 조지 로메로 감독의 '죽은 시체들의 밤'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대니 보일은 좀비들의 게걸스럽고 잔인한 모습을 좀 더 비주얼하게 담아내면서 속도감을 덧댔다.

그래서 느릿느릿한 시체들 속에서 액션물과 같은 역동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What if…'라는 이름으로 추가된 또 다른 버전의 엔딩은 약 6분 분량. 기존 113분 본편이 끝나고 바로 이어진다.

추가된 엔딩은 감독의 의도가 담긴 '디렉터스 엔딩'(Director's Ending). 통상 미국의 경우 감독판(디렉터스 컷)으로 재개봉될 결말을 한 영화 속에서 동시에 보여주는 대니 보일의 '배려'가 돋보인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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