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청춘을 조금씩 깎아내리는

높아가는 탑신을 헤어보았다.

애정을 절단한 이국의 절터에

바위만한 한숨을 올려주었다.

징소리 북소리 신라의 하늘….

구름아,

금의환향 팔백리 어느 산기슭에서

풀잎 씹는 그대를 만났었구나.

백종식 '사신(私信)'

'아사달의 편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시를 읽으며 경주 문화엑스포에서 만났던 천마가 생각났다.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지옥으로 뛰어드는 선화낭자의 모습에서, 또한 다시는 사람의 모습으로 되돌아올 수 없는 천마의 모습이 되어 기파랑을 등에 태우고 지옥에서 돌아오는, 눈부신 갈기 휘날리는 사랑. 조용히 간직한다.

이 시는 관념적인 소재를 택하다보니 좀 딱딱한 느낌이 들지만 마지막 연에서 그것을 극복하고 있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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