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영규의 한방 이야기-충분한 잠이 '가을 보약'

사람은 일생의 상당한 시간을 잠으로 보낸다.

잠은 하루에 쌓인 피로를 회복시켜 준다.

그러나 잠자리에서 빨리 잠이 들거나 깊고 편안히 자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최근 수면에 대해 연구한 일본의 한 교수에 의하면 목욕을 한 뒤에는 그냥 잘 때와 비교해 쉽게 잠이 든다고 한다.

평소 자리에 누워 1시간 30분쯤 지나야 잠이 들던 사람이 목욕 후에는 20∼30분만에 잠이 들고, 잠들기까지 30분이 걸리던 사람은 5분만에 잠이 들었다고 했다.

목욕 전후 체온 변화가 수면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목욕 후 체온이 2℃ 이상 오르면 신경이 흥분돼 숙면에 역효과가 나타나지만 체온이 0.5∼1.0℃ 오르도록 미지근한 물로 30분 정도 목욕하면 수면 초반에 깊은 잠을 잘 수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 의과대에 의하면 매일 밤잠을 불과 1, 2시간만 덜 자도 낮에 졸음이 쏟아지고, 체내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겨 비만, 심장병 등 다양한 질병을 일으킬 위험이 높아진다고 한다.

하버드대학은 밤잠뿐만 아니라 1시간 안팎의 낮잠이 학습능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키는데 유익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즉 오후 2시 이후 60~90분 낮잠을 자도록 한 학생들의 기억력이나 학습능력이 시간이 갈수록 좋아졌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에게 있어서 잠은 중요하며 잘 자는 잠은 더욱 그렇다.

또 밤낮을 바꿔자는 잠 또한 건강에 좋을 수는 없다.

요즘처럼 전기로 밤낮의 구분이 모호한 생활은 '자연과 사람은 같은 주기에 따라 변한다'는 원리에 어긋나는 삶이다.

이제 가을이 깊어 가면 낮 시간은 짧아지고 밤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가을에는 여름보다 활동량을 줄이는 대신 잠을 제대로 깊이 자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잠이 잘 들지 않는 불면(不眠)이나 잠이 아예 들지 않는 실면(失眠), 그리고 잠을 자더라도 꿈을 많이 꾸는 다몽(多夢) 등은 모두 심(心) 기능의 이상으로 생기는 병으로 본다.

만약 수면 이상이 있다면 보약으로 치료하기 전에 밤낮 길이에 맞춰 일하면서 제 때 먹고, 활동하는지 살펴볼 일이다.

밤 늦은 운동이나 식사는 모두 병을 만드는 일이지 건강에 결코 보탬이 될 수 없다.

생활이 정상적일 때도 이런 증상이 계속된다면 심 기능을 도와야 한다.

대구한의대 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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