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동강 홍수관리 지자체선 역부족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 때 경남 김해지역의 제방이 터진데 이어 이번 태풍 '매미'에도 범람 일보 직전까지 갈 정도로 낙동강과 금호강의 홍수 위험이 연례화하고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수계 관리가 시급하다.

이번 태풍 때 낙동강 현풍지점의 수위는 지난 13일 13.75m까지 올라 위험수위(13m)를 넘겼으며 금호강 역시 동촌교 지점의 수위가 위험수위(6m)를 훨씬 웃도는 7.39m를 기록하는 등 두 강 모두 범람 직전까지 갔다.

낙동강이 범람하지 않더라도 집중호우시 유수(流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금호강의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게 되고 이는 다시 신천과 대구시내 국지천.하수 시설에 역류 현상을 일으켜 대구도심의 연쇄적인 침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신천의 경우 유속이 빨랐던데다(금호강의 9배) 제방이 비교적 튼튼해 둔치공원에만 피해를 낸 것 말고는 상류지역인 가창에 내린 281㎜의 비를 소화해 내는 등 최소한 신천 자체로는 범람위험은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홍수 예방을 위해 신천 하상의 시멘트를 걷어내고 자연친화적인 환경으로 신천을 개조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대구시는 홍수 예방 효과가 의문시되는 데다 기회비용 논리에도 맞지 않다고 보고, 낙동강과 금호강의 유수 능력을 높이는 쪽으로 행정력을 모아가기로 했다.

그러나 낙동강의 수계 관리는 천문학적 재정이 소요되는 데다 경북.부산.경남의 이해 관계가 엇갈려 대구시 단독 역량으로서는 추진할 수 없는 대역사라는 지적에 따라, 대구시는 이를 중앙정부 주도로 추진할 수 있도록 강력히 건의하기로 했다.

조해녕 대구시장은 "1천만 영남인의 안위가 달린 문제인 만큼 낙동강과 금호강 수계 관리의 전면적 재검토가 절실해졌다"면서 "'낙동강프로젝트'의 국책사업 추진을 정부에 강력히 건의하고 대구시의 하천과 하수도의 단면과 통수량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범일 대구시 정무부시장도 16일 대구 수해현장을 방문한 정대철 민주당 대표에게 "최근 상황을 보면 낙동강은 시기가 문제일 뿐 언젠가는 범람하게 돼 있다"며 "수계 관리를 위한 정부차원의 투자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민경덕 경북대 천문대기과학과 교수는 "최근 10년간의 추세를 볼 때 요즘의 기후는 기상이변이 아닌 기상변화에 따른 현상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좀더 강력한 태풍에 대비해야 할 때가 되었으며 과거의 방제능력으로는 변화해가는 기상현상에 대비할 수 없는 만큼 제방 등 시설물에 대해서는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사진설명) 지난 14일 낙동강 지류의 달성군 일대 농경지와 가옥이 물바다를 이루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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