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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길라잡이-삶의 새로운 텃밭 고향은 한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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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큰 잔치가 끝났습니다.

긴 연휴 기간 동안 우리는 너나없이 복잡한 도로 위의 움직이지 않는 자동차 속에 스스로 갇히면서 결사적으로 고향을 찾아 헤맸었지요. 세계에서 가장 큰 주차장으로 변했던 고속도로도 이제 가빴던 숨을 고르며 제 모습을 드러내고, 마음이 앞서 달려가던 고향길에서 또 보따리 보따리 고향을 싣고 돌아오던 길에서 광풍과 폭우로 발목을 잡던 폭풍 '매미'도 곳곳에 큰 생채기를 낸 채 물러갔습니다.

명절 때마다 연출되는 민족 대이동의 행렬, 그 의미 찾기의 한 켜로서 어느 인류학자가 말한 '행복한 풍경 찾기' 이야기를 떠올려 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 가장 큰 행복감과 평화로움을 주었던 풍경을 마음 속 깊이 지니고 살아가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그 풍경을 떠올리며 삶에의 새로운 힘과 용기를 얻는다는 것입니다.

이 행복한 풍경이 바로 우리의 의식, 그 원초적 공간에 각인된 고향산천이 아닐는지요?

'방죽 너머 땅버들가지/귀에 익은 냇물 소리/길섶 질경이, 강아지 풀이 앞다투어 매달립니다//-정말, 그렇게 잊고 지낼 수 있니?/우리가 보고 싶지도 않았니?/구불구불 논둑길 따라/달려오는 상수리나무, 갈참나무, 칠칠대는 아카시아숲/강똥거리며 따라오는 망초, 바랭이풀/협동정미소 뒤 대숲도 바람소리로 달려와//-그래, 정말 반갑다/그래 그새 어떻게 지냈니?//나를 에워싸며 반겨줍니다//어쩌다 한 번씩 들러도 잊지 않고/마을 뒷산도 풀냄새 그윽한 그늘을 펼쳐/나를 푸근히 안아줍니다'.

그러나 고향 산천의 행간이 어찌 반가움의 정서뿐이겠습니까? 고향집 뒤안의 적막을 지키고 서 있는 늙은 감나무, 유물처럼 늙으신 아버지들의 마른 나무 등걸 같은 손, 한숨 섞인 조합 빚 이야기, 장마에 떠내려간 고추밭 참깨밭 조각, 찢어져 펄럭이는 비닐하우스 지붕, 서른이 훨씬 넘도록 장가를 못간 동네 총각들이 술에 취해 부르는 유행가 소리, 무성한 풀과 우거진 나무들이 지워버린 성묘길의 그 쓸쓸한 풀벌레의 소리··. 이 안타깝고 서러운 이야기가 섞여있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고향 풍경은 늘 그윽하지요.

고향은 우리네 삶의 근원을 이루는 풍경이며, 한 편의 시입니다.

우유보다는 술의 손을 잡고 안타까움이나 슬픔까지도 삶의 새로운 힘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삶의 텃밭입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풍경을 한 편의 시로 체험하게 하는 일은 이 땅에 그들의 삶의 뿌리를 튼튼하게 내리게 하는 일입니다.

(아동문학가·문성초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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