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천년동안 노비제 유지", 팔레교수 특강

미국내 한국학의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 제임스 B 팔레 교수(70)워싱턴대 명예교수가 19일 오후 대구한의대 학술정보관에서 '한국역사에서 노비제 문제'란 주제로 특별강연회를 가졌다.

한국농업사학회와 대구한의대 역사관광학과 공동 주관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팔레 교수의 문제 제기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1000년 노비제 사회설'의 쟁점들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팔레 교수는 강연에서 "한국 사회는 고려 왕조가 태동된 이후 철저한 신분제 사회로 정착되기 시작해 노비제가 국가 운영의 중요한 축을 이루기 시작했다"며 "이러한 노비제는 조선시대를 거치는 1천년 동안 더욱 강화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엄격한 신분 구분에 따라 생산을 담당하는 기능을 맡았던 노비제도는 한국 사회를 특징 짓는 하나의 특수성으로 구분지을 수 있다"며 '1천년 노비제 사회설'을 강조했다.

특히 팔레 교수는 "고려조 이후 근대적 제도와 법률을 유지하며 고도의 문명사회를 형성해온 한국은 비슷한 수준의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때 매우 독특하게 노비제 사회가 유지되어온 경우"라고 덧붙였다.

'1천년 노비제 사회설'은 발표 이후 '대다수 근대사회에서 유지 되어온 신분제를 한국사회의 보편성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왜곡된 시각'이라는 반발과 함께 사학계의 뜨거운 쟁점을 불러왔으며 아직도 미국과 한국사학계에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또 이날 강연 이후 1시간 여동안 계속된 질의.응답 시간에도 이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현재 성균관대학 동아시아 학술원 원장으로도 재직중인 팔레 교수는 대원군의 정책을 분석한 '전통한국의 정치와 정책'이란 논문으로 하버드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 '유교적 경세와 한국의 제도'란 책 등 한국학 관련 저술 활동을 펴왔다.

또 미국내 한국학 교수의 90% 이상이 그의 제자일 정도로 서구 학계내에서는 한국학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한의대 역사관광학과 김세기 교수는 "이날 행사가 그동안 노비제 사회설을 두고 팽팽하게 대립되어온 서구와 한국 사학계의 접점들을 해소하고 미국 학계의 한국사 연구경향과 특징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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