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국가 균형발전과 지역대학

참여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가장 비중있는 국정과제 중의 하나가 국가의 균형적 발전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성장 모델이 집권과 집중의 기반에서 절대적 능률위주의 목표를 향해서 추진되어 왔다면 향후 21세기의 한국이 전개하게 될 기본전략 목표는 분권과 분산이라는 개념 기반 위의 균형적 능률이다.

이러한 새로운 국가적 패러다임을 지향하는 근본적 목적은 지역간 발전의 기회균등을 통해 지역간 편차를 줄여나감으로써 수도권이나 지역권 구분없이 삶의 질을 균형있게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국가 발전을 극대화한다는 데 있다.

건국 이후 지난 반세기는 우리 민족에게 그야말로 숨가쁜 세월이었다.

초고속 성장과 국가주도형 발전전략은 양적으로나 외형적으로 획기적인 성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그와 같은 중앙집권적 성장과 발전은 결국 특정 지역에 대한 집중과 그에 따른 정체라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또한 인구의 특정지역 편중과 지역기반 생산성의 큰 편차는 국민적 분열이라는 심리적 괴리감마저 초래하였고 결국 국가경쟁력 약화라는 문제에 직면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전세계적으로 글로벌 개념이 보편화되고 있지만 동시에 지역화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음은 의미심장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화와 지식정보사회로 대변되는 21세기의 국가발전은 탈지역적 이념과 개방화된 사고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그 원동력은 바로 지역의 역량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역의 발전이 곧 국가적 발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참여정부의 지역육성 의지는 과거 그 어느 정권 때보다 확고하다.

그러나 지역발전이 중앙정부의 전폭적 지원만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지역 스스로 혁신하려는 전략과 비전이 없으면 지역발전은 물론 국가경쟁력 또한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혁신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산업과 지방자치제 그리고 대학이라는 3자간의 유기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각 시도별로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지역혁신협의회를 구성하여 지역단위의 기업.대학.연구기관.지방자치체가 긴밀하게 협력해나가야 한다.

특히 지역의 대학은 이러한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기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전략적 차원에서 소스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위상을 갖고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지역의 기업은 물론 지자체에도 다양한 지식기술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역의 대학이 참여하는 여러가지 지역특성화 산업은 지역혁신협의체가 추진하는 대표적인 지역발전 전략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역대학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결정적이다.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 지원없이는 지역대학의 혁신적 자구 노력도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대학은 자생적 지식기술기반의 혁신과 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지역의 전략적 거점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다.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정보와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근로자를 배출하고 신기술형 지식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의 지역 기업과의 연계는 지역내 고용창출이라는 단기적 가능성과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인재의 지역정주라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신기술형 지식기업이라고 해서 이것이 반드시 자연과학과 이공계열의 전공에만 국한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사회가 추구하는 지식기반산업의 배경에는 인문 사회과학의 지식기반의 협력도 적극 요청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다학제(多學際)적 연구의 중요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최근 교육인적자원부는 산업교육진흥법 시행령을 개정 공포하면서 대학들이 자동차정비소, 제빵공장, 컴퓨터회사, 디자인회사, 문화아카데미 등 전공과 관련된 기업을 자율적으로 설립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게 했는가하면 기업간 계약에 의한 계약학과도 신설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의 사회적 연계 가능성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자칫 대학 본연의 역할이 퇴색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대학이 너무 진리탐구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안주하지 않았는지 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부분이다.

지역대학의 위상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한 변화는 특히 지역분권과 자립형 지역화 과정과 더불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역대학은 국가의 균형적 발전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국가 총체적 복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 육성되어야 할 대상이다.

최경진(대구가톨릭대 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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