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아름다운 주검들이다.

몸 불 피워, 환하게 밝히는

서로의 마지막 사랑

나의 사랑 끝내 단풍들면

가는 길 내내, 그의 등불이 될까

휘몰아치는 바람에

떨어져 쌓여, 등위에 등 업고

그리운 생각

아직 붉다.

김기연의 '단풍'

모든 살아있는 것은 죽는다.

죽음의 순간을 어떻게 장식하는가 하는 것은 그 자신의 몫이다.

죽음의 순간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추한 죽음의 순간을 맞는 것도 있다.

스스로 죽음의 순간에 대해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노을이 하루를 마감하며 황홀한 아름다움을 보이고, 나뭇잎이 삶을 마치며 투명해지듯, 우리 삶도 그 마지막 지점에서 어떤 빛나는 모습을 보여야 할지 돌아봐야 할 지점이지 않은가?

이 가을, 끝난 뒤에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자신을 불태울 사랑을 시인은 품고 있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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