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와 정부의 각종 규제와 세무조사'라는 악순환은 어제와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어떤 시장보다 부동산 시장이 미신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미신은 국토가 좁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신 때문에 높은 부동산 가격이 당연시된다.
그러나 그런 미신은 단선적이다.
택지와 업무 용지 등, 도시 용도의 땅은 현재 15억 평 가량으로 국토 총면적의 5%이다.
국토의 95%는 농지나 임야이다.
택지를 두 배로 늘린다면, 녹지는 거의 그대로인 채로 부동산 가격은 크게 하락할 것이다.
다른 한편, 건축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 부동산은 2차원 개념이 아니라 3차원 개념이다.
그러므로 고도제한, 고층제한 등과 같은 각종 규제를 푼다면 부동산 공급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한 마디로, 우리 자신을 좁은 땅과 공간에 가둬놓고, 사는 곳이 좁고 비싸다고 아우성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미신은 부동산 수급의 불일치가 가격 상승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가 흔히 가지는 미신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물물교환 경제에서나 통용된다.
화폐 경제에서는 화폐 수급의 변화, 특히 화폐 공급의 변화가 재화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외환위기 이후에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오른 이유를 공급부족과 이자율 하락으로 인한 수요 증가만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불완전하다.
과거를 보면, 계속적인 가격규제로 초과 수요가 상존했지만, 일정한 시차를 두고 공급이 수요를 충족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10년, 20년, 30년 전과 비교하여 크게 상승한 것은, 고급 자재 사용의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화폐 공급이 증가한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수급뿐만 아니라 화폐 공급의 억제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세 번째 미신은 수요억제나 공급억제가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재화를 원하는 것은 그것이 그들에게 각종 편리함을 주기 때문이다.
바로 그 이유로 사람들은 적은 양보다는 많은 양의 재화를 원한다.
부동산도 그런 재화 가운데 하나이다.
화폐의 가치 하락을 보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은 다른 재화보다 더 매력적인 재화이다.
그러므로 재화를 더 많이 생산 또는 보유하기를 권하는 정부(정책)가 옳은 것이다.
반대로, 재화의 생산 또는 보유를 억제하는 정부(정책)는 틀린 것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최근 제안된 종합부동산세와 분양권 전매 제한과 같은 각종 세금과 규제는 수요와 공급을 억제하는 것으로, 부동산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악화책이라는 것이다.
네 번째 미신은 투기는 나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신에 근거하여,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 때마다 정부는 세무조사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둘러 투기를 잠재워 왔다.
투기도 경제 현상의 하나로서 발생의 원인과 과정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일단 투기가 발생했을 때 투기자의 역할과 투기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
투기자는 먼저 재화 가격의 급격한 변동을 완화한다.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에, 투기가 없는 상태에서의 부동산 공급은 투기자가 활동하는 경우에 있어서의 부동산 공급보다 적다.
바꾸어 말하면, 정부에 의한 투기의 단속과 통제는 부동산의 공급을 투기가 자유롭게 허용되었을 때보다 줄어들게 만든다.
그 결과, 투기 억제 정책은 투기가 자유롭게 허용되었을 때보다 부동산의 가격을 더 상승시킬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러한 인과관계를 잘 알 수 없는 것은 투기 억제 정책과 가격 상승에는 긴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또 투기는 각 경제주체가 변화된 경제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변화를 알리는 신호 기능을 한다.
투기의 역기능이 없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투기의 순기능이 역기능보다 더 크기 때문에 투기를 억제하는 것보다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이 더 낫다.
부동산 시장에는 지적한 미신 이외에도 많은 미신이 있다.
미신으로는 털끝 하나도 고칠 수 없다.
정확한 경제 이론에 의거하여 부동산 정책을 펼칠 때만이, 싸고 고품질의 부동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전용덕 대구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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