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베신문요코야마수지 차장

지난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 사회부장을 맡았던 고베신문사 편집국 차장(한국의 편집국장 직대에 해당) 요코야마 수지(中野景介.사진)씨는 "고베지진 당시 우리 신문사 역시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재해 보도에 최선을 다했고 현지 신문답게 나름대로 특성 있는 보도로 독자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받았다"고 말했다.

"재해가 발생한 지 몇 년이 지나서야 피해자들의 기분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는 "아직까지도 재해보도과정에서 피해자의 입장에 서지 못한 부분이 있어 아쉽다"며 "언론사가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보도하는 것이 재해보도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특종에 눈이 어두워 기사를 과장하거나 기사거리를 위한 마녀사냥식의 보도는 절대 금물이라고.

"기사거리를 만들기위해 행정기관.경찰을 비롯한 방재기관의 잘못을 확대.과장하여 기사화하거나 유언비어를 기사화하는 것은 결국 언론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어리석은 짓"이라며 "정보가 없으면 '없다'라고 솔직하게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지 차장은 1923년 일어난 관동대지진 당시 일부 언론이 '재일 조선인들이 방화를 일으켰다'는 유언비어를 기사화하는 바람에 죄없는 많은 재일 조선인들이 무참하게 살해당한 일을 그 예로 들었다.

이처럼 '피해자의 입장에서 진실되게 사건을 보도하는 것이 재해 보도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 한국언론의 보도경쟁은 충격이었다고.

"대구지하철 참사 보도 때 한국언론들이 보여준 선정주의적 보도와 방화용의자와 관련해 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보도 등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그는 "취재 경쟁의 불가피성을 이해하더라도 재난 보도에 대한 수칙 준수 등에 여전히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며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희생양으로 삼기보다는 구조적인 원인을 추적하는 보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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