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즐거운 Edu net- 능인고.정화여고 동아리 '물음표'

우리 사회와 기성 세대들은 청소년을 어떤 존재로 보고 있을까. 학교와 학원, 가정이라는 틀 안에서만 움직이며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야 하는 봉제인형은 아닐까. 그렇다면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어른들의 기대처럼 멀리 떨어진, 더 자라서나 다가가야 하는 곳으로 여기고 있을까. 대구교육누리(구 대구동부 새교육 시민모임)가 지난 20일 개최한 '대구 청소년 문화 탐구 경진대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주제로 대상을 받은 능인고, 정화여고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물음표'라는 팀 이름답게 이들의 작품은 청소년 운동과 사회의 시각 등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모두가 고교 2학년생. 입시교육 체제 한가운데에 놓인 그들이지만 청소년의 사회 참여에 대한 이해와 논리는 단단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회 참여는 매우 저조한 편입니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또 그 방법을 몰라서, 거기에다 아예 관심조차 갖지 않는 경우도 많구요. 지금과 같은 경쟁적 입시교육 체제에서 청소년들이 사회적 현상에 직접 참여한다는 것은 극히 일부의 청소년 또는 자퇴생에게나 가능한 일입니다". 김효진양은 자조 섞인 말부터 꺼냈다.

유치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누가 누가 잘하나' 경쟁, 초.중.고에 이르기까지 십수년 동안 오로지 일류대학 진학에 맞춰지는 우리의 교육현실은 청소년들에게 공부 이외의 외도를 일절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 대상을 받긴 했지만 대회를 준비하면서 손발을 맞출 시간조차 쉽게 내기 힘들었던 자신들의 예를 들었다.

김유리양은 "외국의 경우 일찍부터 자연스럽게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며 "학교 내에 학생회와 동아리 등이 조직적으로 갖춰져 활발한 사회 참여의 발판이 돼 주고 있다"고 했다.

청소년의 사회참여를 막는 또다른 적은 '정보의 차단'이라고 학생들은 꼽았다.

각종 단체에서 청소년이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더라도 학생들에게는 전달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

"설문조사를 해 봤더니 청소년들이 사회 참여에 대한 관심이 없진 않았어요. 하지만 참여 방법을 모르거나 그런 프로그램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그런 정보를 얻을 통로의 부재가 큰 탓으로 보입니다".

그들은 학교가 그 정보의 창구가 돼야 하고 학교 스스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효진양은 "시간이 없어서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학교생활 속에서 참여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지요. 봉사활동의 경우 각자의 장래 희망과 관련된 분야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나름의 해법을 던졌다.

기성세대의 시선에 대한 지적도 자연스레 나왔다.

김의중군은 "학생이 공부나 할 것이지 하는 눈길만 거둬줘도 좋겠다"고 했다.

그는 청소년들의 모든 활동을 대학입시와 연관시켜 보더라도 기성세대의 시각은 낡디낡은 것이라고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벌써부터 통합교과적이고 폭넓은 사고, 실생활 및 사회와 관련된 시각들을 요구하고 있으며 대학별 심층면접이나 논술 역시 사회 참여 활동 경험이 많으면 유리한 측면이 많다는 것.학생들은 "청소년은 미래의 주역, 미래의 꿈나무라고 하지만 이는 틀렸다"고 입을 모았다.

청소년을 바로 현재의 주역,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체 중 인정해 달라는 이야기였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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