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은 과연 동성로 의류소매점과 어쩔 수 없는 천적 관계일까?
의류 소매점들의 이야기로는 그렇다.
의류 소매점 관계자들에 따르면 IMF 이후 고가의류 브랜드점들이 영캐주얼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기존의 고급의류들은 백화점 중심 전략으로 돌아섰다.
경제권을 쥐고 있는 가정주부들이 백화점 쇼핑을 선호하고, 주차시설과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진 것도 이런 현상을 부추겼다.
조이옥 동성로 상가번영회 부회장은 "과거 젊은이들의 문화 중심지 역할을 하던 동성로가 그 기능을 잃어가면서 주변 상권도 쇠퇴하게 됐다"며 동성로의 문화 공간 부족이 소매점 쇠퇴를 동시에 불러왔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개점하면서 동성로 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접근성이 높은 대구 도심에 대형 백화점이 하나 더 들어서면서 소비자들의 백화점 쏠림현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거기에 지하철 참사 이후 대구 경기가 완전히 침체되면서 동성로 점주들이 느끼는 경기는 '사상 최악'이다.
동성로 상가번영회는 동성로 상권의 부흥을 위해서 크게 4가지가 선결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백화점과 차별화 전략 강화
무엇보다 백화점에 입주하는 브랜드와 차이를 부각시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동성로와 백화점 양쪽에 대리점이 있다가 불황으로 사업을 정리할 때 우선 고려대상은 동성로 대리점이 되는 현실에서 상대가 안되는 게임을 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오히려 막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중소기업 상품이 더 경쟁력을 가진다는 것. 요즘 인기 있는 '이지 캐주얼'이나 '감성 캐주얼' 같이 중저가 상품 중심으로 돈지갑이 얇은 젊은층들을 공략하면 충분히 백화점과 다른 차원의 상권조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D브랜드, E브랜드가 대표적인 경우. 그러나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캐주얼의류가 불황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백화점도 캐주얼 브랜드를 하나둘 입점시키고 있어 동성로 의류대리점들은 시장변화에 좀더 빠르게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해졌다.
△지하철 2호선 개통과 지하공간 개발
중앙로의 업주들은 내심 지하철 2호선이 빨리 개통되기를 바라고 있다.
반월당 지하역사가 개발되면 경기도 따라서 살아날 것이라는 것이다.
곧 지하철 1호선이 중앙역을 무정차 통과하더라도 운행이 정상화되고, 지하철 2호선 환승역까지 설치되면 동성로 경기를 살리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하철 1호선 전구간 운행재개는 연말이나 되야 가능해 한동안 사태를 관망해야 할 상황이다.
△문화공간/주차공간 개발
상주인구 6천여명, 일일 유동인구 100만명에 달하는 동성로지만 도심 한복판의 주차시설과 문화공간 부족은 동성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저절로 백화점으로 옮기게 만든다.
한일극장 건너편에서 대구역까지 이어지는 북편의 경우 관련시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남편엔 대구백화점 앞과 중앙도서관 앞의 분수, 2.28기념청소년공원, 국채보상기념공원이 있어 시민들에게 휴식처로 애용되고 있다.
낮은 건물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동성로 일대는 주차공간이 확보 안돼 있어 불법주차 차량이 넘쳐나 업주들은 물론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시설 이전
넘쳐나는 행인들과 차량으로 뒤범벅되는 일이 많은 동성로에는 금융결제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 78년 설립된 이후 건물이 노후하고 주변 상권과 다른 활동주기로 밤이나 휴일에는 활동이 없는 관계로 하나의 흉물로서 여겨지기도 한다.
주말 오후나 밤에 활기가 살아나는 동성로와 너무 다른 모습을 보여 심리적으로 부담을 준다는 것. 이런 문제는 그동안 민원 등을 통해 꾸준히 제기됐던 것으로 금융결제원 측에서도 자체적인 논의를 통해 부지매각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검토 단계다.
금융결제원 건축추진실 나상은 과장은 "내부적으로 이전문제를 검토중에 있지만 구매조건이나 부지선정에 있어서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고 밝혀 금융결제원 건물의 조기이전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동성로 상가번영회는 지난 5월 동성로 축제를 연데 이어 하계U대회를 기념축제도 열었다.
U대회 기간동안 수많은 외국인들이 동성로를 찾아온데 대해 조 부회장은 "하계U대회 자체가 경제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보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성로는 이미 번영회측이 시, 구청과 협의해 '포스트밀라노 프로젝트'를 통해 동성로 일대를 '패션거리'로 조성하고 돔을 만들어 시민들이 전천후로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발키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구 시민들과 대구의 흥망을 함께 하고 있는 동성로는 단순히 하나의 거리 개념만은 아니다.
그동안 대구시 문화와 상권의 중심지로서 활약했던 동성로는 경기불황을 뚫고 옛 명성을 조금이라도 되살려보고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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