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지난 가을 낡은 폐선처럼

기울어진

저 연밭 가에

밤새 연당(蓮堂) 하나 지어 놓고,

물 속 깊이 발 담그고도

물에 젖지 않는

아, 연잎처럼 외롭고 싶다.

이구락 '사랑에게'

연밭에 가보면 중세의 고귀한 귀부인을 만날 수 있다.

어떤 물도 묻지 않는 연잎을 보고 있으면 자존심 강한 종가의 종부를 보는 느낌이다.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꽃을 피워 올리는 연을 보며 시인은 그 고고한 외로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사랑을 찾고자 한다.

너무 바쁜 일상의 삶 속에서 그래도 자신의 발이 빠져있는 곳은 어디인지, 또 어느 쪽으로 꽃대를 피워 올리고 있는지 한번쯤 돌아볼 일이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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