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장미와 할미꽃

얼마 전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간 일이 있다.

50대, 40대, 30대, 20대의 사람이 골고루 한 사람씩이었다.

연령대가 이렇다보니 물을 따르는 일이라든가 수저를 놓는 일은 누가 해야될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20대의 사람이 아무것도 할 생각을 않고 신문만 보고 있는 것이다.

보다못해 30대의 사람이 물을 따르는데 20대의 사람은 자신의 컵에 물을 따르는 와중에도 컵을 손으로 받쳐들지 않고 신문만 보고 있었다.

그 정도이다보니 수저를 놓을 일은 더더욱 없다.

진정 두려운 일이다.

20대의 청년이 그렇게 예의를 모른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게다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 결과 자신의 일은 잘 처리할지 모르겠으나 공공의 일은 선뜻 하려하지 않는다.

그들의 항변은 하나같이 똑같다.

왜 자신이 그 일을 해야하느냐는 것이다.

자신보다 연령이 훨씬 많은 사람이 사무실 청소를 해도 돌아보지 않는다

자신 역시 그 사무실의 일원임에도. 두려운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런 사람의 대부분이 어느 일을 함에 있어서 자신이 조금만 일을 도와도 마치 그 일을 혼자 다 한 것처럼 떠벌리고 다니며, 윗사람에게는 철저하게 아부를 하고, 남의 사정은 생각지 않고 자신의 기분대로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반목과 갈등이 생긴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표시나지 않게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 아닌 것은 아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피해를 보는 사람의 대부분은 싸우면 똑같은 사람이 된다는 이유로, 아니면 언젠가 진실은 드러날 것이라 믿으며 제대로 항변조차 하지 않는다.

문득 설총의 화왕계가 떠오른다.

장미와 할미꽃을 두고 갈등하는 화왕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현 시대에 어디 한 둘이겠는가! 부하 직원을 두고 있는 모든 사람이 화왕의 자리에 있다할 것이다.

문제는 자신에게 입 속의 혀 같이 처신하는 장미를 할미꽃이라 여기고 있는 화왕이 많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할미꽃과 같은 사람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화왕은 인물의 옥석(玉石)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하며, 진실함을 진실한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전종필 동명동부초교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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