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지공개념 '지대조세제'부상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부동산 투기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 종합적인 부동산 대책을 준비하고 있으며 '토지공개념제도'의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정부의 종합적인 부동산 대책은 중장기적으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해 나가면서 단기적으로 세제, 교육, 금융, 투자 등 각종 정책을 총망라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종합대책은 그동안 나왔던 대책들의 강도를 강화하고 시기를 앞당겨 400조원으로 추정되는 시중 부동 자금을 산업 투자 등 생산적인 분야로 유도하는 내용이 유력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정부의 종합적인 부동산 대책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위헌 결정을 받기도 했던 토지공개념제도의 도입도 검토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토지공개념제도는 위헌 결정 등으로 결국 실패작으로 끝났지만 이를 제대로 보완한다면 짧은 시간 내에 시행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토지의 소유와 처분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적절히 제한할 수 있다는 것으로 토지소유권이 절대적이라는 사상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개념이다.

가용면적이 상대적으로 제한된 토지는 소유하고 사용하려는 욕구가 점차 증가함으로써 공급이 만성적으로 달리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한국은 특히 독점적인 소유 때문에 토지의 공급 부족은 더욱 큰 문제로 지적돼왔으며 이에 따라 토지에 대한 투기 현상이 잠재적으로 항상 존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토지가 공공재(公共財)라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기존의 토지소유권 절대 사상에 변화를 가하겠다고 나선 것이 토지공개념이다.

헌법 제123조는 "국가는 토지소유권에 대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민법 제2조는 "개인의 소유권리라도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동법 제212조는 "개인의 소유권이라도 정당한 이익이 있는 범위 내에서만 행사하여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1987년 이후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부동산 투기 열풍과 심각한 규모의 지가 상승이 서민의 생활고를 가중시켜 부동산 투기가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던 무렵에 이루어졌다.

정부는 1989년 정기국회에서 '택지소유에 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등 토지공개념 관련 법률들을 제정하였다.

토지공개념의 뼈대가 된 토지초과이득세와 택지소유상한제는 위헌 판결로 폐지됐으며 개발부담금은 내년 1월부터 부과가 중지된다.

지난 88년대 말 부동산 값 폭등을 막기 위해 선보인 '토지공개념' 제도가 올해말로 수명을 마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토초세는 94년 7월 위헌 결정을 받고 사라진 지 오래다.

토초세는 유휴지와 비업무용 토지에서 발생하는 미실현 자본이득에 대해 과세되는 세금으로 토지를 이용(개발)하지 않아도 지가 상승분의 50%를 세금으로 부담하도록 했었다.

택지소유상한제는 가구당 200평 이상의 토지 소유를 금지하고 그 이상을 소유할 때에는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한 제도로 2002년 7월 위헌 판정을 받았다.

초과 소유분은 5년 이내에 반드시 처분해야 되고 이 기간 내에 팔지 않으면 택지 가격의 6∼11%를 세금으로 물도록 했으며 이 법으로 징수한 세금이 1조원 가량에 달했다.

개발부담금은 개발, 형질 변경 등으로 인해 지가가 상승할 때 과세되는 세금으로 비(非) 수도권은 2002년 1월부터 없어졌고 수도권은 내년 1월부터 중지된다.

정부는 그러나 토초세와 택지소유상한제는 위헌 결정으로 재도입이 어렵다 해도 개발부담금 제도마저 없어진다면 토지와 집값이 크게 올라도 불로소득을 환수할 장치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조세연구원 노영훈 연구위원은 "과거의 토지공개념은 제도가 졸속으로 만들어져 위헌 논란 등의 문제가 많았고 조세 저항도 거셌다"고 지적하고 "종전의 택지초과소유부담금, 개발부담금, 토초세 등을 보완하면 짧은 시간 내에 실현 가능한 제도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같은 조세연구원의 김정훈 연구위원은 "세제 측면에서는 과거에 해둔 틀이 있으니까 잘 다듬어 만들기만 하면 되며 우선은 큰 틀에서 토지공개념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 이종규 재산세심의관은 "토지공개념은 이미 도입돼 있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토지공개념의) 확대 수준과 관련 조치 등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