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7일 재신임 국민투표에 대해 '야당대표와의 정치적 타결'을 언급함에 따라 재신임 정국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불과 하루 전 "야당이 반대하면 국민투표를 강행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유인태 정무수석의 발언에 대해 엄중하게 문책하면서 국민투표 강행의지를 강조하고 나선 것과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듣기에 따라서는 재신임국민투표 제안 철회를 위한 사전발언으로 들리기도 한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정치적 타결이 국민투표 백지화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어느 방향을 시사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고민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이 국민투표 철회쪽으로 급선회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재신임 국민투표를 둘러싼 정치권과의 대립이 심화되면서 노 대통령은 어떤 방향으로든 이를 조기에 종식시킬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재신임 정국이 가져온 국정혼란이 계속될 경우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국정혼란의 책임은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윤 대변인은 국민투표 철회라는 해석에 대해 "반대하는 야당의 해법은 무엇인지 들어보자는 것"이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어쨌든 노 대통령이 갑자기 방향을 선회한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다각적인 복선이 깔려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라크 파병안 결정을 앞두고 국회의 협조를 얻어야 되는데다 개혁입법 처리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적지않은 상황에서 정치권과의 타협을 모색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진의에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진 대변인은 "대통령의 현란한 말바꾸기에 국민은 혼란스럽다. 정치적 타결의 의미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고 최병렬 대표도 "정치적으로 타결하겠다는데 무엇을 타결한다는 말인가. 하야하겠다는 것인가"라며 같은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진작 그랬어야 했다"(김성순 대변인)며 환영의 뜻을 보이면서도 "재신임 투표 철회와 측근 비리에 대한 대국민사과와 진상공개, 근본적 재발방지책을 요구할 것"(박상천 대표)이라고 밝혀 정치적 타결의 의미를 국민투표 불가로 못박았다.
통합신당은 '재신임 투표 강행'이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국민투표를 놓고 소모적인 정쟁을 막기 위해 정치지도자들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것도 좋다"며 애매한 반응을 보여 역시 노 대통령의 진의가 무엇인지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정경훈.서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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