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 '장기화 전략' 문제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APEC회의 후에 4당 대표를 만나 재신임 문제를 정치적으로 타결하겠다고 밝힌 것은 다행이다.

정국타개의 뾰족한 묘수 없이 "안된다"고만 외치던 야당에게도 어쨌든 숨구멍이 트였고, 답답해 하던 국민들도 일말의 기대를 갖게 된 셈이다.

지금 다수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국정(國政)의 정체상태'의 장기화다.

본란이 국민투표든 뭐든 속전속결의 방식을 촉구한 것도, 또 그렇게 안되면 탄핵이든 투표든 멈추라고 요구하는 것도 정체상태의 장기화가 몰고 올 숱한 후유증을 우려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본란은 국민적 혼란을 유발시킨 노 대통령의 투표제안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한나라당에도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정국대응기술에 유연성이 없다.

그저 '최도술' 맞불작전에만 매달려 있는 인상이다.

검찰에 계속 불려다니고 있는 최돈웅 의원 '대선자금'에 약점도 잡혀있다.

그래서 엉거주춤, 좌불안석이다.

결국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거대야당도 사태에 따라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공조(共助)는 동상이몽의 민주당과만 하겠다는 방식이다.

이건 유연성의 결여다.

둘째, 국민투표에 대한 불명확한 태도다.

최병렬 대표는 선(先)비리규명 후(後)국민투표를 주장하지만, 검찰을 물고 늘어지는 데엔 한계가 있고 보면 결국 국민투표 안하겠다는 다른 표현같다.

그렇다면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대안(代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최도술 불똥이 대통령에게 튀면 탄핵쪽, 안튀면 특검하겠다는 장기화전략은 어느 시점에서 '국정발목 잡기'의 반발에 직면할 게 뻔하다.

셋째, '정치개혁'에 관한 한 립서비스만 계속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금 4당이 다투어 개혁을 외치는 판국에 행동으로 선수(先手)치지 않으면 '수구보수'의 이미지를 씻을 길이 없다.

노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를 지켜보고 '합헌'결정이 나면 협조해 달라"고 하면 한나라당은 어찌할텐가? 시간문제지만 노 대통령은 국정쇄신을 약속했고 한나라당은 정치개혁·선거개혁을 약속했다.

그렇다면 대 타협의 여지는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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