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금수송차 탈취에도 신용카드 빚이...

지난 20일 포항에서 발생한 현금수송차량 탈취사건의 용의자로 22일 검거된 이모(39)씨는 경찰에서 범행동기를 신용카드 빚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이씨는 신용카드와 증권카드 14개의 돌려막기로 생긴 빚 1억여원과 지난 2001년 시작한 주식투자 실패로 날린 5천여만원 등 모두 1억5천여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결국 신용카드를 끌어다 쓰기 시작했지만 손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빚이 억대로 불어나자 감당할 길이 없었던 이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의 아파트 앞을 지나가는 현금수송차량이었다.

결국 신용카드 빚이 10년간 성실하게 근무해 온 직장인을 범죄자로 둔갑시키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씨는 두달전 현금수송차량을 우연히 본 뒤부터 눈독을 들였다.

사전에 망치와 막대기도 준비하고, 틈틈이 기회를 엿봤다.

범행 당일 경비업체 직원들이 현금수송차량을 세워두고 현금지급기 쪽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이씨는 미리 준비한 나무 막대기로 현금지급기 출입문에 빗장을 걸고, 망치로 운전석 옆유리를 깨 차량을 탈취했다.

이씨는 차를 지하주차장에 세워두고 오전 10시38분쯤 돈을 들고 10층 자신의 집으로 올라갔다가 이날 오후 6시쯤 돈을 가방에 담은 뒤 자신의 차로 회사 창고에 옮겼다.

이씨는 훔친 돈으로 ㅅ은행과 ㅅ카드, ㄱ은행의 카드빚 4천여만원을 갚고 오토바이를 구입하는데 400여만원 등 5천여만원을 사용하면서 범행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경찰은 여러 정황으로 미뤄 범인이 아파트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일 것으로 판단, 단지내 모든 감시카메라의 정밀분석에 들어갔다.

마침내 3××동 승강기내 감시카메라에서 사건 직후인 오전 10시28분쯤 마대자루를 들고 올라가는 범인을 찾아냈고, 탐문수사를 벌인 결과 지하주차장에서 범인을 보았다는 50대 남자의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은 용의자로 떠오른 아파트 주민 이씨에 대한 조사를 벌여 1억5천여만원에 이르는 은행 빚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검거에 나섰고, 사건 발생 3일만인 22일 오후 7시쯤 회사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는 이씨를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발생한 대림한숲아파트는 아파트 출입문과 지하주차장입구와 내부 등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는데, 2개월전 성능이 뛰어난 컬러디지털카메라로 교체한 덕분에 쉽게 범인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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