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정'(45세가 되면 정리의 대상)과 '오륙도'(56세 정년까지 근무하면 도둑)라는 자조섞인 신조어가 오늘의 40, 50대들을 짓누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지 못하는 청년실업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어떤 직업보다 어떤 직장에 목을 매는 우리의 비뚤어진 직업관도 한 몫을 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평생 직장은 없어지고 평생 직업을 찾아야 하는 요즘 '기이한 직업들'(낸시 리카 쉬프 사진.글/김정미 옮김/문학세계사)은 이런 측면에서 충분히 주목을 받을 만하다.
구직자의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고, 취업의 문은 완강하다.
이런 점에서 '기이 한' 직업을 갖고 사는 사람들의 얘기는 더욱 흥미롭다.
사진작가인 저자는 미국의 기상천외한 직업 65가지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프로필과 관련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 직업의 발굴을 위해 저자는 12년간 발로 뛰었다고.
베티 트왈크스키(여) 앞에는 뜨겁게 달궈진 굴대가 놓여 있다.
그녀는 이를 물로 식힌 뒤 그 위에 콘돔을 씌운다.
그녀의 직업은 '콘돔 테스터'. 콘돔의 정상여부를 판정하는 게 그녀의 일이다.
"콘돔에 구멍이 났네요, 불합격!" 한 상자에서 세 개 이상의 콘돔이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 한 통 전부가 쓰레기로 처분된다.
미국 신시내티의 50년 된 힐탑 실험실에서는 방취 효과 연구를 위해 겨드랑이와 숨결, 발, 고양이 배설용 점토, 기저귀의 악취 등을 감식하는 일이 매일 진행된다.
여기에서 일하는 베티 라이온스(여)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35년 전. 처음엔 실험대상으로 이 곳에 왔다가 1년 가량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뒤 '악취 감식가'로 맹활약하고 있다.
그녀는 악취를 맡아 1부터 10까지 단위를 매겨낸다.
참고로 대부분의 악취감식가들은 여성인데 그 이유는 여성들이 더 명확하게 냄새를 구분해 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팀 스톤(남)은 10여 명의 애견 주인들과 계약을 맺고 개똥을 치워주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그는 일주일에 한두 번 계약자들을 방문, 배설물을 치우고 흙을 고른다.
늘 열린 마음과 풍부한 유머 감각으로 맡은 일을 즐겁게 하는 그의 좌우명은 "개똥이야말로 나의 일용할 양식이 된다"다.
투철한 직업정신이 묻어난다.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위험을 즐기는 직업도 있다.
제니퍼 켈리(여)는 칼 던지기 곡예사의 보조 역할을 맡고 있다.
회전판에 매달리거나 종이 막 뒤에 선 채, 그녀는 도끼 칼을 그녀의 몸 아주 가까이 던져 꽂도록 하거나 이로 물고 있는 풍선을 맞추게 한다.
프랭크 브래이스테드(남)는 1억4천500만년이나 된 뼈의 먼지를 30년 이상 털어왔다.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 근무하는 그의 직업은 '공룡 뼈 먼지 청소부'. 이 직업의 전문성은 부드러운 깃털로 공룡 뼈를 절대 건드리지 않으며 먼지를 털어내는데 있다.
이밖에 호텔 내에서 유통되는 동전을 씻어 윤을 내는 동전 윤내기 담당자, 애완견 산책 전문가, 해부 준비 보조원, 축산용 정액 컬렉터, 악어 사냥꾼 등 다양한 직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 대한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서평은 곱씹어 볼 만하다.
"순식간에 다른 대부분 직업을 지극히 지루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제부터라도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지루한 직장'보단 나만의 '즐거운 직업'을 찾아나서는 것이 어떨까?.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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