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SK비자금, 한나라 강경대응 '선회'

"민주당 대선자금과 노무현 대선자금을 전부 밝혀야 한다"

한나라당은 25일 SK 비자금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점점 목을 죄오자 야당탄압이라며 정면대응에 나섰다. '불퇴전의 전선', '분탕질', '이 정권과 사활을 건 한판' 등 다소 섬뜩한 표현을 써가며 전면투쟁 의사를 밝히는 한편 오는 27일부터 당을 비상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24일 대구시지부 후원회 참석차 대구를 방문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인터불고호텔에서 가진 주요 당직자 간담회에서 SK 비자금 사건의 검찰수사와 관련해 "법이 공정하게 집행된다면 모르지만 공정성을 잃으면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좭면서 좬민주당과 신당도 당당하게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의 현대자금 200억 수수와 해외로 빼돌린 3천만달러,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150억 수수, 정대철 대표의 굿모닝시티 자금 200억 수수설 등 노 대통령의 주변 참모들의 여러 의혹을 보면 노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 선거를 치렀는지 백번 짐작하고도 남는다"면서 "(노 대통령 주변에 대한)수사가 거의 진행되지 않는 바람에 내용을 전혀 접하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당만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대표는 SK 비자금의 당 유입에 대해서는 "불법조성된 기업자금이 비합법적으로 당에 들어온 것이 확인돼 국민들앞에 고개숙여 사죄하는 것은 백번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총선이건 대선이건 국민을 속이고 불법한 돈을 모아 선거를 치르는 일은 결단코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이에 앞서 지난 23일 이례적으로 송광수 검찰총장에 전화를 걸어 계좌추적에 항의한 사실까지 공개했다.

'수사 대상기관(한나라당)이 검찰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양측간 통화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번 사건에 대한 한나라당의 결연한 의지를 확인케 하는 대목이다.

24일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하순봉 의원은 "선거가 끝나면 이긴 사람이 진 사람을 위로하는 게 상례좭라며 좬그러나 이번 비자금 사건은 권력과 칼을 쥔 노무현 대통령의 정략"이라고 비난했다.

강인섭 의원도 "더 이상 끌려 다닐 수 없다.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는 선언 이후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이는데 지금이라도 정국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의총장 분위기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고 의원들의 얼굴도 굳었다.

최 대표는 26일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과의 청와대 단독회동 때 검찰의 계좌추적에 강력 항의하고, 여야 대선자금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요청하는 등 맞불전략을 세웠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초강수로 나선 데는 '노무현 대통령과 검찰이 공모, 야당을 탄압한 게 아니냐'는 생각 때문이다.

수사칼날이 유독 SK 비자금에 겨냥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권과 관련된 정치자금 문제, 예를 들어 권노갑씨 200억원 수수 및 현대비자금사건, 박지원 전 장관 150억원 수수의혹 등을 비롯한 대통령 측근 핵심참모들의 비리의혹에 대해선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공이면에는 한나라당의 명운을 가르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이 내포돼 있다. 자칫 하다간 '비리 원조당'이란 비난을 덮어쓸 수 있는데다 내년 총선에서 민심의 역풍에 휘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SK 비자금 사건수사가 편파적이라고 몰아붙임으로써 검찰의 수사예봉을 피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상곤.김태완기자

사진:24일 오전 국회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최돈웅 의원이 참석 홍사덕 총무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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