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통혁명 고속철(상)-생활이 바뀐다

'주말부부 안해도 되겠네요'.

대전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중인 남모(45)씨는 내년부터 주말부부 생활을 청산할 계획이다.

맞벌이를 하는 남씨는 아내와 아이들이 대구에 살고 자신은 주말에만 집으로 내려왔는데 고속철이 개통되면 대구~대전간 이동시간이 40여분으로 줄게 돼 아예 살림을 대구로 합칠 생각인 것. 남씨는 "일주일 중 강의가 있는 3일 정도만 학교에 가면 되기 때문에 대전에 있는 아파트를 내놓을 생각"이라며 "대구에서 출퇴근하더라도 오전 9시의 첫 강의를 하는데 문제가 없고 요금 부담도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4월 고속철이 정상영업에 들어가면 서울~대구 구간은 현재 3시간10분(새마을호)에서 1시간 40분으로 줄어든다.

전국을 '하루 생활권'에서 말그대로 '반나절 생활권'으로 묶게 되는 것. 2차 사업이 완료되는 2008년에는 서울~대구 1시간 20분, 대구~부산은 36분 만에 이동이 가능해진다.

교통분석 모형에 의하면 이동 시간이 반으로 줄면 접근도는 4배로 늘어나게 된다.

출퇴근 권역이 대폭 확대될 것은 물론이다.

출퇴근.통학 등 생활권이 확대되면 인구의 재배치 등으로 인해 생활 형태가 변할 수밖에 없다.

김천.구미.경주.울산 등지에서 대구로의 이동 시간이 30분대로 줄어 경북 내에서는 물론이고 전국적인 인구의 전.출입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북대 최용호(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대구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 경북의 지역 구도가 김천.구미권, 포항.경주권이 새롭게 부상하면서 다각화 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역사가 없는 중.소 도시들은 현재보다 더 쇠락해져 지역간 격차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당초보다 낮은 선에서 책정될 고속철 요금은 이같은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대구~서울간 고속철 요금은 3만7천원(편도)으로 여객기의 57~66%수준이며 새마을호 요금의 1.5배 정도. 때문에 기존의 철도나 항공, 고속버스 등의 교통수단은 수요가 줄어 교통산업 전반에 걸친 대대적 구조개편은 물론 기존 교통시스템의 재편이 불가피하다.

철도청 관계자는 "기존 철도의 80% 이상을 감축하고 여객수송의 대부분을 고속철로 대체할 계획"이라며 "기존 선은 화물수송 중심으로 재편해 화물 분담률을 6.3%에서 20%선까지 끌어올린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내선 항공의 경우 업계측에서는 60~80% 정도의 수요 감소를 예상, 국제선을 늘리는 등 판세 변화에 따른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최상철 교수는 "결국에는 고속버스를 이용하던 장거리 승객까지 고속철이 흡수, 고속버스라는 개념도 사라지게 되는 등 교통환경의 대전환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김천과 경주의 고속철 역사가 2010년에 완공되는 데다 요금이 타 교통 수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 '파장'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대구~김천, 대구~경주간 요금이 1만2천원(새마을 8천300원) 이상으로 책정될 예정이어서 통학.통근용으로 이용하기에는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 일부 전문가들은 "정차역이 없는 구미.포항.안동 등 지역은 타 교통수단을 이용, 고속철 정차역까지 이동한후 환승해야 하는 불편까지 있어 고속철이 가진 매력이 상당부분 줄어 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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