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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과연 절대반지인가?

우리 문단에 '전인미답의 대상'으로 남아 있는 노벨문학상은 이 시대에 어떤 의미와 상징을 갖고 있을까. 최근 국내.외 문학계에서 노벨문학상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이 표출돼 주목을 끌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있는 작가로 여러 차례 물망에 올랐던 소설가 이문열(55)씨는 최근 상주대에서 강연을 통해 "노벨문학상이 올림픽 메달처럼 여겨져서는 곤란하다"고 전제한 뒤 "톨스토이, 보르헤스 등 노벨상을 받지 않는 작가 가운데 위대한 작가가 많다"고 했다.

이어 "노벨상이 문학의 가치를 재는 유일한 척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1986년 '해설자들'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월레 소잉카(68)도 얼마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국제학술회의에 참석차 경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노벨상을 받는 것을 업적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문학의 가치는 주관적인 만큼 쉽게 평가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예지인 월간 '문학사상'(11월호)도 '노벨문학상 기획특집'을 통해 한국인들의 노벨상에 대한 과대평가 경향과 노벨상 선정기준의 공정성 등을 비판적 시각에서 조명했다.

윤혜준 한국외대 교수는 '영연방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문학시장'이라는 글에서 영어권 국가들의 잦은 노벨상 수상을 영연방 문학시장의 활성화란 상업성에서 찾고, 한국인들의 노벨상에 대한 과도한 '숭배'를 비판했다.

실제 1901년 이후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영어권(25명)이 프랑스어(14명), 독일어(12명), 스페인어(12명) 등 다른 언어권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윤 교수는 "한국처럼 노벨상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면서도 노벨상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된 나라도 없을 것"이라며 "무작정 노벨상을 선망할 것이 아니라 '영어문학'의 생산과 소비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영국 문학시장의 활력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의 비밀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철 한국외대 교수도 '노벨문학상의 공정성과 작가주의 경향'이라는 글에서 "노벨상은 하나의 관점에 근거하여 수여하는 상일 뿐, 한 작가의 총체적인 평가를 의미하는 불변의 진리는 아니다"면서 노벨상의 의미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반면 '현대문학'(11월호)은 '노벨문학상 특집'을 마련, 존 쿳시의 대표작인 '철기시대' '야만인을 기다리며' '추락'의 일부를 발췌해 소개하면서 노벨문학상에 대해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 작품들을 국내에 번역, 소개한 전북대 왕은철 교수는 쿳시가 소설을 통해 제국주의.식민주의.권력.성.인종의 문제를 한 차원 높은 관념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작가라고 평하며, "비평의 잣대가 아무리 혹독한 것이라 해도 그의 작품은 오래오래 살아남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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