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푸른 대들보 세운 칡넝쿨

스스로 일어서지 못해

손 짚어 감은 기둥, 상수리나무

그들 삶의 또 다른

모습으로, 남아

사랑의 흔적이 된다.

장혜랑 '칡넝쿨' 부분

칡넝쿨이 온 산을 뒤덮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아니, 요즈음은 거의 대부분의 산이 칡넝쿨로 망쳐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는 그 나무에게 햇빛을 보지 못하게 하는 칡. 옛날에는 칡뿌리를 캐러 온 산을 찾아 다녔지만 요즈음은 그것조차 캐러 다니는 사람이 없다 상수리나무를 감고 올라간 칡넝쿨을 벗겨보면 두 나무 사이에 서로 감겨진 자국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을 그들끼리의 사랑의 흔적이라고 보는 시인의 시각이 신선하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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