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통 왜곡-단점 보완' 국악기 개량 논란

가야금은 국악기의 꽃으로 꼽힌다.

12현의 명주실을 뜯어 소리를 내는 가야금은 소리결이 고운데다 특유의 농현(弄鉉) 주법이 풍겨내는 독특한 풍취가 멋스럽다.

가야금은 그러나 음량이 작고 음역이 좁은 단점도 갖고 있어 개량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가야금의 개량화는 줄 수를 늘려 음역을 확대하고 현의 소재인 명주실을 합성 섬유로 대체해 음량과 탄성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시도되고 있다.

80년대 후반 17현, 18현 가야금이 나온데 이어 90년대 들어서는 전통음악의 5음계를 벗어나 서양음악과 같은 7음계를 구사할 수 있는 21현과 22현 가야금도 등장했으며, 98년 숙명여대 김일윤 교수에 의해 25현 가야금까지 개발됐다.

가야금의 개량화에 대해서는 전통을 고수하자는 입장과, 새로운 모색을 하기 위해 개량화는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경북대 국악과 정해임 교수는 "개량가야금과 전통가야금은 연주 기법이 완전히 달라 같은 악기로 보기조차 힘들다"면서 "개량가야금이 확산되면서 가야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농현은 무시되고 화성만 중시되는 국적 모를 주법이 난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남대 국악과 최재륜 교수(작곡 전공)는 "작곡가의 입장에서는 표현력이 풍부하고 음역이 넓으며 음색이 깨끗한 개량가야금이 선호될 수밖에 없다"며 가야금 개량화를 지지했다.

서양악기도 오늘날의 형태로 완성되기까지 200년간 개량을 거친 만큼 이제 초기 단계인 국악기의 개량화를 두고 소모적 논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야금 이외에 아쟁과 북.대금 등에 대한 개량 작업도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국악기 개량 작업은 연주자들의 개인적 실험을 통해 시도되는 수준. 국립국악연구원 김경희 학예연구사는 "악기에 대한 기본적 분석도 없이 서양악기를 따라가는 개량으로는 전통음악의 왜곡과 변질만 초래할 것"이라며 "국악기에 대한 기초연구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사진:12현 가야금(왼쪽)과 25현으로 개량된 가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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