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 이란의 시린 에바디 여사가 노벨평화상을 받는다.
수상 이유는 이란의 여성과 아동의 인권 옹호에 공헌했다는 것이나, 특히 여성과 아동의 인권이 탄압 받는 곳으로 유명한 이란에서 그런 활동을 한 이란 여성은 그 밖에도 많고, 특히 그녀의 활동은 이란 국내에 한정되었기에 인권운동가 사이에서는 그녀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게다가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 붕괴 후 중동에서 유일한 반미국가로 남은 이란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란은 1979년 혁명이래 이슬람 시아파가 권력을 장악한 정교일치의 신정국가가 되면서 미국과 국교를 단절하고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최근의 사태만 보아도 지난 7월 중순에는 이란에서 취재 활동을 하던 캐나다 여성언론인이 살해되어 이란과 캐나다의 관계가 악화되었고, 8월에는 지난 1994년의 아르헨티나 유태인 시설의 폭파 테러에 이란 정부가 개입했다는 이유로 전 이란 대사가 영국에서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이란의 핵보유 의혹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가 요구한 사찰을 이란 정부는 최근까지 거부했다.
물론 노벨평화상 위원회가 밝혔듯이 에바디 여사가 이란에서 법관과 변호사로서 활동한 점을 무시할 수 없다.
1947년생인 그녀는 37세인 1974년 이란의 첫 여성 법관이 되었고 법원장까지 역임했다.
그러나 그것이 이란 사법사에 중요한 사건이라고 해도 노벨평화상을 받을만한 이유는 아니리라. 더욱 중요한 것은 그녀가 1979년 이란 혁명 시 '생물학적 구조로 인한 판단력 결여'라는 이유로 여성 법관직이 폐지되고부터 변호사로서 활동한 것이다.
예컨대 여성이 살해당한 경우 그 배상금을 남성의 반으로 정한 법률에 도전하여 피해자인 여성의 구제를 위한 판례의 형성에 기여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그녀의 노력으로 여성의 이혼신청권이 확대되고, 이혼시 여성의 가사노동을 남편에게 지불하도록 하는 입법이 실현됨 점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런 입법의 실현은 그녀 혼자만의 노력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밖에도 그녀가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점도 괄목할 만하다.
특히 1998년 이후 반체제 인사를 변호하고 그것을 이유로 몇 차례 투옥된 경험도 있다.
그러나 그런 활동이야 범세계적으로 그녀 이상으로 수없이 행해져 왔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지 않았는가?
에바디 여사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지명되자 서방 여러 정부의 환영과는 달리 이란 정부는 처음에 환영 의사를 밝혔다가 곧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였고 국영방송은 아예 방송도 하지 않았다.
앞에서 말한 바대로 이란에 대한 서방의 정치적 압력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정부는 그녀의 귀국은 물론 1만 명 이상의 반정부 인사가 그녀를 환영하며 현정권을 비판한 것을 막지도 않았다.
노벨평화상 위원회나 서방 정부 그리고 그녀 자신의 말처럼 인권 탄압이 특정 종교나 체제를 이유로 하여 합리화될 수 없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특정 국가의 인권 탄압이 국제사회의 압력에 의해 해결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에바디 여사에 대한 노벨평화상 수여를 통해 이란의 인권이 앙양되는 것에 반대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이번 수상을 이유로 하여 국내외 언론이 요란하게 보도한 이란의 여성 인권 침해의 실상과 이슬람교 및 그 경전인 코란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에는 문제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란을 비롯하여 이슬람 사회의 여성과 아동의 인권은 최근 비약적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적어도 에바디 여사 자신이 이슬람교도이고, 여성을 차별하는 이란 법률에 대한 그녀의 비판 역시 쿼란에 근거하여 그 재해석을 통해 행해진 것임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이란 신정정권은 극단적인 보수파로서 그 사법부가 여성차별을 일삼는다고 하는 사실을 우리는 다른 이슬람 정부의 태도나 코란 자체의 남녀동등적 이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에바디 여사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오리엔탈리즘적 태도에는 결코 찬성할 수 없다.
노벨평화상은 언제나 말이 많다.
그러나 에바디 여사의 경우는 정치인들이 수상한 경우보다는 낫다.
특히 이슬람 여성으로서는 최초의 수상이고 여성으로서는 11번째 수상이라는 의의도 인정할 만하다.
박홍규(영남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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