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과수원이 서 있습니다.

폐경의 자갈밭 일구신 어머니

돌 하나 풀 한 포기 옮길 때마다

바람같은 한숨 잠재우고….

어머니 병 깊어, 땀에 찌든

바짓가랭이 사이, 하혈하시고

배에다 누런 주머니 매달았던 뒷모습

그렇게 저 늙은 사과나무

빛바랜 사과봉지 매달고 서서….

김선옥 '사과나무' 부분

김선옥 시인은 참 속이 깊은 시인이다.

그러면서도 어머니처럼 강인한 모습도 보인다.

문학의 길에 늦게 발을 들여놓았으나 그 뜻은 오히려 더 일찍 시작했었다.

삶의 길을 걷는 과정을 소홀할 수 없어 이제야 다시 시작한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가을날 누런 봉지를 매달고 선 사과나무를 보면서, 늙어 편찮으신, 그래서 누런 비닐봉지를 매달고있는, 그 긴 세월의 무게가 그대로 드러나는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쓴 시이다.

눈물이 묻어 흐르는 것 같다.

서정윤 (시인. 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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